[수필]두통이는 골치아파~

네로 | 2002.08.13 09:51:10 댓글: 1 조회: 533 추천: 0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727
두통이라는 딱친구가 있습니다.
통신용 아이디가 두통(頭痛)이라는것을 보면 눈치챘겠지만 골치아픈 녀석입니다.

오늘 메신저로 만났더니 인사대신 저보고 견지낚시대를 사달라고 하는것이였습니다.
중국에서도 최남단인 심천에서 살지만 한국사정에는 빠삭하게 밝아서 어느낚시점에 가면 살수 있다는것까지 훤하게 꿰뚫고있더군요. 인터넷이라는게 이럴때 보면 참 짜증나는 물건입니다. 모를건 몰라야 모름지기 사는게 편한데...

그러면서 짐짓 배려하는듯이 "견지낙시대를 파는곳은 한국에 몇군데 있긴 하지만 그중에서 청량리낚시점이 너희 사무실하고 제일 가까우니 그리로 가보아라.'라고 하는것이였습니다. 발뺌할 재간도 없구만요. 흑흑....

구질구질 내리는 비를 무릅쓰고 청량리낚시점엘 갔습니다. 자그마한 가게인데 견지낚시로 보이는 파리채처럼 생긴 낚시대들이 주렁주렁 많이 걸려있더군요. 두통이가 시킨대로 "견지낚시 1호대를 주십시오,수제품으로요..." 라고 말했습니다.

낚시대를 주면서 주인아저씨가 하는말이 "2만원을 주십시오" "앗~" 그제야 간악한 두통이의 꾀임에 들었다는것을 눈치챘습니다. 견지낚시대의 5000원이라고 말한것은 나를 낚시점으로 보내기 위한 거짓말이였습니다.

그렇다고 다 와서 돌아갈수도 없고,울며 겨자먹기로 샀습니다. 그건 그렇고 낚시대를 받아드니 젓가락만큼 가늘게 생긴놈이 퍼그나 길어서 우편으로 보내기도 힘들것 같습니다. 100그램도 될가말가 하는 물건을 보낼라고 1미터길이의 박스로 포장해야 하다니? 우편요금이 얼마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이것으로 저의 임무가 끝난것은 아니였습니다. 견지낚시를 사줬으면 낚시하는법도 같이 배워줘야 할것 아니겠습니까? 견지낚시에 관한 책이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속으로는 제발 없기를 바랬지만 주인 아저씨는 그말을 기다렸다는듯이 매대밑에서 벽돌장처럼 두터운 책을 내놓았습니다."이건 서점에서도 안파는 좋은 책입니다."

만오천이라는 거금을 내놓고 책까지 구입했습니다. 호주머니에 남은 돈을 한장씩 헤여보니 만4천7백원이 남았네요. 이걸로 며칠을 살수 있을런지? 우편으로 보내주는것은 당분간 포기해얄것 같습니다. 부쳐주기까지 하면 저는 바람을 마시고 살아야 합니다.(무우가 바람들면 안되는것 아시죠? -.-)

중국에서 사는 놈이 부럽습니다. 자기절로 회사를 차리고 무역인가 뭔가 하느라고 바삐 돌아친다만 그래도 여유는 있는 모양입니다. 낚시질도 자주 다닌다고 그러네요.  한국으로 돈벌러 떠나오면서 몇년만 지나면 중국에 남아있는 두통이보다는 훨씬 잘살게 될줄 알았는데 오히려 이녀석은 그동안 도처로 뛰여다니면서 돈도 벌고 자기사업도 갖추고 어엿한 사장님으로 되였다는군요. 그러면서 저를 걱정해주곤 합니다. "한국에 그만 있고 돌아와서 나랑 같이 돈이나 벌자."

같이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던 친구인데 6년전 걔는 중국의 최남단 도시인 심천으로 떠나고 저는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서로다른 삶을 살게 되였습니다. 각자 낯설은 땅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땀을 흘리기도 하고 서러움을 겪을때도 있지만 보람을 느끼면서 잘 적응하고있습니다. 제가 얻은것은 좀 보잘것없어보이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습니다. 한국에 나오면서 더 큰 세상을 만나게 되고 더 큰 사람이 된듯한 기분이 들어서 그 한가지만으로도 한국에 나온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동안 많은것을 배우고 좋은 친구들을 많이 알게 된데다가 평생을 같이 하고싶은 사랑하는 사람까지 여기에서 찾았는데 무엇을 더 바랄수가 있겠습니까?

앞으로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그러하듯 저의 미래도 안개에 쌓인것처럼 불투명합니다. 하지만 가진것에 감사할줄을 알고 큰욕심없이 살아가다보면 행복할것 같다는게 나름대로의 철학입니다. 두통아..다같이 잘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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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99.♡.22
정하린 (♡.62.♡.125) - 2003/07/07 17:06:39

심천이 아니고 심수 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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