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백두산과 영화관

네로 | 2002.08.13 09:53:58 댓글: 0 조회: 519 추천: 0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729
백두산

우리사무실에서 백두산이야기를 하면 나혼자 할말이 없다,왜냐면 연변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한국동료들이 전부 가본 백두산을 나홀로 가보지 못했기때문이다.

한국은 수학여행이다 뭐다 해서 학교에서 잘두 여행을 조직하는데 우리가 학교다닐때는 멀리 간다는게 봄과 가을에 있는 소풍이 고작이니 학생시절에는 가보지도 못했고 회사로 출근하게 되니 여름휴가같은것또 없어서 백두산을 가볼 시간조차 없다. 지금은 물론 중국도 주 5일 근무제에다가 여름휴가를 실시한다지만 운이 없게도 한국을 와버려서...

그래도 한번쯤 명절휴가를 타서 일부러 가면 안될것도 없다만 여행사를 일부러 찾아가기도 귀찮고,남들 다가는 백두산인데 나도 언제면 가보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만 하다보니 우리집에서도 나는 유일하게 백두산을 못가봤다.

또 굳이 이유를 더 찾으라면 여행사탓이다. 연변의 여행사들은 단체손님이나 한국손님에만 눈길을 돌리고 개인을 상대로 하거나 사회전반을 겨냥한 적극적인 마케팅에는 뒷전이다. 백두산가는 셔틀버스를 역전이나 중심가에 대기해도 시원찮을판에 어디 눈을 씻고봐도 찾아볼수가 없다.

한국에 오면 지역에 웬만큼한 볼거리가 있어도 관광안내소를 도처에 세우고 무료책자를 발부하는것은 기본이고 볼거리가 별로 없더라도 놀거리,먹을거리를 만들고,갖가지 이름으로 축제를 벌이고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을 내세우고 지역장이 티비에 나와 놀러오라고 호소하는데 연변은 앉아서 손님만 기다리는것 같다.

나의 고향인 화룡만 해도 청산리전투 유적지가 있는 등 한국에서 꽤나 알려진 곳이 있지만 집에 있을때는 들어도 보지 못했다. 이밖에 정효공주묘며 발해유적지같은 한국에서 더 잘 알려진 유적지도 많은데 테마관광같은것을 조직하면 한국인관광객도 많이 유치할수 있을텐데 이런것들은 오히려 한국에서 원정단을 조직해서 가는 형편이다.

내가 보기에는 연길역에다도 관광안내소를 세우고 연변지역의 관광지에 대한 안내와 여행패키지들을 소개해야 할듯 싶은데 지금쯤은 생겼을라나 모르겠다. 이밖에 각 현시의 기차역과 버스역에도 관광안내소가 필수이고 정부에서 운영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백두산이나 연변내의 관광지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나 홍보프로그램도 텔레비젼에서 자주 나와야 하건만 백두산 천지는 "연변뉴스"에서만 로고로 잠깐 보이는게 고작이니...

고향을 떠난지가 6년째라서 이미 그렇게 되였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무책임하게 옛날소리만 하다가 욕먹는건 아닌지?

영화관

어렸을때에는 영화관을 가는것이 거의 유일한 문화생활이였다. 텔레비젼은 물론 녹음기조차 보급이 안된때였으니말이다. 그때는 영화관마다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혹시 재미있는 영화가 상영되면 표를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였다. 지금같았으면 시장경제의 법칙을 적용해서 영화표값을 올려서 막대한 이윤을 챙겼으리라만 그때는 그런법도 몰랐고 더받고싶어도 정부에서 가격을 규제했으니까,하하하

비록 미국이나 서구영화는 구경할수 없다지만 쏘련이나 동구권의 외국영화들은 심심찮게 있었고 인도영화가 인기리에 상영됨은 물론 조선족은 물론 한족에게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북조선영화도 있어서 다양한 영화를 접할수가 있었다.

중국답지 않게 연변의 관객들은 중국어에 약했으므로 중국영화도 전부 더빙해서 상영했다. 물론 연변인구의 절반은 한족이니까 중국어로 상영하는것도 필수지만,얼마 지나니 흑백영화가 천연색영화로 바뀌고 일본과 문화교류를 시작하면서 일본영화도 볼수 있었다. 채플린의 "모던시대"나 "아버지와 아들"같은 영화를 본기억도 나는걸 봐선 미국영화도 가끔은 상영했었던것 같다.

영화관에 입장하면 중국영화관에만 있을법한 "뉴스"가 나오고 뒷이어 몇번 껌벅이다가 영화사의 로고가 나오면서 비로소 정식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문지기 아저씨는 손전등을 갖고다니면서 여기저기에서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들을 단속하고,하지만 여기저기에서 요란하게 까는 해바라기만은 어쩔수가 없다. 미국에서는 영화보면서 팝콘을 먹는다지만 연변에서는 해바라기를 까면서 영화를 봤다.

이밖에 영화관에서는 다양한 공연도 했다. 연변의 영화관은 단순영화관이 아니라 "영화연극복합관"이 대다수인데 스크린은 직접 관객앞에 있는것이 아니고 무대뒤에 놓여져있고 무대밑에는 악단이 들어갈수 있는 지하강당이 있다. 영화관에서는 정기적으로 "장백의 아들"과 같은 화극이거나 각종 가무공연,만담공연같은것도 자주 했고 그때마다 우뢰와 같은 갈채와 함께 "재청!"이라는 고함소리에 귀가 멍멍해질 지경이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영화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빼곡히 들어찼던 관객은 사라지고 영화관마다 하나 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조선말더빙을 한 영화도 자취를 감추더니 영화포스터마저 그리지 않고 이제는 칠판에다 분필로 영화제목을 적는것으로 대신한다. 뒷이어 각종 연극과 공연도 슬그머니 없어진다.

다들 당연히 텔레비젼의 보급때문이라도 여기게 되였고 나도 그중의 한사람이였지만 한국에 와보고나서 생각이 달라졌다. 서울에는 영화관이 수두룩하지만 주말에는  예약을 하지 않고는 볼수가 없다. 영화표를 사려고 긴줄을 이은 사람들을 보면 "영화전성기"의 연변이 생각난다.

물론 한국의 관객들이 문화적 욕구가 강하고 영화를 좋아한느것도 원인이겠지만 영화관과 배급사에서 하는 노력도 그중의 하나라고 해야겠다.

한국에는 주말마다 각종 영화평론과 예고를 하는 티비프로그램이 여러개 있어서 영화를 재미있게 풀이함과 동시에 보고싶은 욕망을 일으킨다. 새로운 영화가 출시될때마다 영화배우들이 텔레비젼에 나와 홍보를 앞세운다. 이밖에 신문에서도 영화평이나 영화광고가 빠질수가 없다.

연변에서 제일 유명한 예술극장을 보면 아쉬울때가 많은데 영화관이라는것을 웬만해서는 눈치채기 힘들정도다. 대형 영화포스터도 안보이고 건물은 깊숙한 안쪽에 자리잡고있는데다가 울타리까지 둘러처져있어서 들어가기가 꺼려진다.

한국의 대부분 영화관은 길을 지나가다가 발만 들이밀면 들어갈수 있게 되여있고 매표소도 건물내에 설치되여있어서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내부에 들어가서 각종 무료홍보인쇄물을 받아보거나 쏘파에 앉아서 휴식할수가 있다. 반면에 연변의 영화관들은 표를 사지 않으면 영화관내에 발을 들이밀수조차 없으며 영화상영시간때까지 밖에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한국에서는 의자에 음료수를 올려놓을수 있는 컵홀더가 마련되여있고 연인들의 밀착관람?을 할수 있도록 팔받침을 위로 올려서 숨길수 있게 되여있는곳이 많다.그리고 여러개의 영화를 동시에 상영할수 있는 복합관이 대부분이다.

전화예매는 기본이고 영화관마다 홈페이지가 있어 예고편과 줄거리들을 미리 볼수 있으며 인터넷예매도 가능하다. 그많은 영화관람객이 몰려드는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북경같은곳에는 멀티플렉스(복합관)가 있고 시설도 국제수준이라고 들었지만 연변같은 편벽한 곳에는 한국이나 북경같은 시설을 적용하기에는 아직 힘든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위에 열거한 여러가지중에서 당장 할수 있는것들을 조금씩 실천해나간다면 현재보다는 훨씬 나아지지 않을가싶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였다. 백두산 관광도 그렇고 영화관도 그렇고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과 소비자들을 향해서 한걸음 더 다가서는 자세가 필요한때라고 보여진다. 결국에는 너좋고 나좋고 서로좋은 일이니까말이다.

연변의 빠른 발전이 필요한 시점이고 지금도 빨리 변하고있다고 한다. 새로운 건물이 일어서고 길들도 몰라보게 넓어지고, 외자유치나 기업환경개선에 중시를 돌리는것만큼 관광산업이나 문화산업에도 이와 못지않은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 갑자기 등소평이 한 이야기가 떠오른다."두손을 다 잡아야 하고 두손 다 꽉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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