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한국의 서비스

네로 | 2002.08.13 09:55:08 댓글: 10 조회: 870 추천: 1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730
처음으로 한국적인 서비스를 받은곳은 한국이 아닌 중국 심양비행장이였다.(어느 항공회사 광고에서도 이와 비슷한 멘트가? ㅎㅎㅎ)한국항공사의 비행기에 올라서니 예쁘게 생긴 스튜어디스아가씨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음료수도 나눠주고 안전사고에 대비한 안내도 해주었다. 한국땅에 먼저 발을 들여놓은 느낌이였다. 그때에는 이것저것 신기한것도 많고 정신이 없어서 별로 기억에 남는건 없다만 나중에야 조금씩 스튜어디스의 서비스에 대한 토막상식을 알게 되였다.

스튜어디스들은 머리모양뿐만 아니라 립스틱색갈까지도 엄격한 기준을 지켜야 했다. 단발을 해야 했으며 긴머리의 경우에는 반드시 단정하게 얹어야 했고 립스틱도 진붉은색은 금지돼있었다. 말할때에는 반드시 쏠음정으로 해야 했으며(쏠음정이 가장 부드럽고 편안하다고 한다.) 손님에게 음료수를 건넬때에는 물론 대화할때에도 반드시 허리를 굽혀서 눈높이를 맞추어야 했다.

그때는 비록 이런 자세한 내용은 몰랐지만 은연중일지라도 그 편안함과 친절을 느낄수 있었던것 같다.

처음으로 찾아간 한국이발관, 형이 혼자가기가 어색하다며 나까지 끌고갔다.

시골이발관이라 벽거울에 의자 몇개가 전부였다. 벽을 메우는 스타들의 사진도 없다. 연변에서는 스타들의 사진이 필수였다. 수십장의 사진이 벽을 메우고있고 손님은 사진을 가리키며 "이렇게 해주세요"하면 되는것이다. 남자들의 머리스타일도 종류가 외우기 어려울만큼 다양했고 웬만큼 하는 미용실에서는 두터운 헤어스타일잡지를 잔뜩 갖춰놓고 손님이 고르도록 하는게 기본이다.

한국의 시골이발관에는 이런것이 없었지만 다른것이 있었다. 부부가 하는 이발관이였는데 안해로 보이는 분이 우리가 벗어놓은 구두를 알른알른하게 닦는다. 하도 송구스러워서 "안그래도 됩니다."라고 말렸더니 "오는 손님마다 다 해주는거예요."하면서 활짝 웃는다.

머리를 깎고 면도를 한뒤 전용가위로 콧털까지 깔끔하게 깎아주고 두피안마에 얼굴 마사지까지, 추가서비스가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게다가 앉아있는 나에게까지 음료수를 건넨다. 감동받기는 했지만 한두번 이런일이 있고난다음부터는 머리를 깎는 경우가 아니면 이발관을 같이 가는 일이 없어졌다. 이만저만 부담스러운게 아니였으니까.

얼마후 통장을 만드러 은행에 들리게 되였는데 은행이야말로 한국의 서비스정신을 한곳에서 볼수 있는곳이 아닌가싶다.

손님들은 줄을 서있을 필요가 없었다.번호표를 나눠주는 기계가 있어 손님들은 들어온 순번으로 번호표를 뽑고 자기의 번호가 전광판에 나올때 데스크로 나가면 되였다. 데스크에서도 손님은 서있을 필요가 없이 의자에 앉아서 은행일을 볼수가 있었다. 이밖에도 대기하는 손님들은 쏘파에 앉아서 잡지를 보면서 편히 기다릴수가 있다.

어느 은행이나 바깥벽은 커다란 유리창으로 되여있어서 내부가 밝고 명랑하다.게다가 남자은행원들은 와이셔츠차림이고 여성은행원들은 깔끔한 유니폼차림이다. 내부에는 공중전화나 정수기같은 편의시설이잘돼있었다.

중국에서는 은행강도를 막기 위해 커다란 쇠창살로 업무공간과 손님이 있는곳을 가로막은것이 보통인데 한국은 훤히 틔여져있고 대신 청원경찰(보안업체에서 고용한 일군)이 안전을 책임지는 이외에 안내도 해주고있으며 페쇄회로TV가 설치되여있어서 범죄의 위협을 감소시키고있었다.

친절한 인사는 기본이고 은행원들은 돈이나 통장을 주고받을때도 반드시 두손으로 주고받았으며 뭐든지 물어보면 자세한 안내를 해주었다.

한번은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비를 흠뻑 맞고 은행으로 들어갔다.엎친데 덮친데로 저금하려고 가져간 100만원이 젖어서 한덩어리가 되다싶이 했는데 그땜에 은행에 비상이 걸렸다. 모든 직원들이 돈을 나눠서 책상위에 펴놓고 선풍기에 드라이기까지 동원해서 말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한번 안찡그리고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받는순간 "이게 바로 서비스정신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하철도 각종 편의시설은 물론 친절한 서비스를 쉽게 만날수 있는 곳이다. 대부분 지하철에는 입구에 무료독서공간이 꾸며져있어서 언제든지 편히 앉아서 책을 읽을수가 있다. 그리고 조화일망정 각종 화분을 볼수가 있고 수족관도 흔해서 평소에는 보기 힘든 토종물고기를 비롯한 어류들을 구경할수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지만 지하철 화장실은 항상 청결하고 손을 말리는 기계가 마련되여있으며 세수대도 항상 넉넉하게 만들어져있다.

지하철의 바닥을 보면 볼록무늬로 된 타일이 통로에 한줄로 깔려져있는데 유심히 보면 시각장애인들이 지팡이로 길을 찾게 만든 작은 배려임을 알수가 있다. 이밖에 난간이나 화장실입구마다 점자표기가 되여있어 불편이 없게 함은 기본이고 심지어 매점에서 파는 쵸콜렛까지 점자표기가 되여있어서 놀란적이 있었다.

신축한 지하철역은 장애인용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여있으며 그렇지 못한 경우에라도 란간을 따라 층계를 오르내릴수 있는 장애인 리프트가 마련되여있다.

한번은 주변에 계시는 분이 지하철에서 물건을 분실한적이 있는데 유실물쎈터전화번호를 알아보려고 지하철홈피를 찾아본 결과 온라인 유실물센터라는것이 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그곳에는 습득한 물건들이 시간별과 종류별로 일목료연하게 정리가 되여있었으며 값비싼 물건들은 디지털사진으로 찍어서 올려져있었다.  인터넷의 힘과 더불어 이런 아이디어까지 생각해낸 서비스정신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인터넷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다른사람의 편의를 앞장에 세우지 않는다면 역시 불가능한것들이였다.

유선TV나,전화세,전기요금,수도요금에다가 가스요금까지,살다보면 잡다한 요금을 무는게 귀찮을법도 한데 한국에서는 계좌자동이체라던가 지로통지서라는 편리한 방법으로 처리하고있다.

계좌이체는 달마다 요금이 자동으로 저금통장에서 빠져나가고 지로통지서의 경우에는 가까운 은행에 갖고가서 일괄로 물수 있다. 중국에서는 달마다 전기세따로 전화비따로 직접 찾아가서 물어야 한다. 만약에 자영업을 하는경우에는 이곳저곳 여러곳을 찾아다니며 세금을 무는데 평일에도 줄을 안서고는 힘든것은 물론이고 년말이라 증서갱신이라도 하는날에는 거의 전쟁이나 다름없다.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장사진을 이루는데 습관되니까 그러려니 했지만 한국에 오니까 이렇게 편한 방법도 있나싶다.

하루는 친구들과 아침일찍 모 백화점앞에서 만나서 놀러가기로 했다. 사진필름이 필요하겠다싶어서 백화점안으로 발을 디디는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백화점입구에 두줄로 늘어선 이쁜 도우미아가씨들의 눈길이 일제히 나한테 쏠린다. "안녕하세요? 어서오십시오!" 그 꾀꼬리같은 목소리가 어찌나 무섭고 쑥스러운지? 바쁜 걸음으로 지나쳐서 매장으로 들어가니 더욱 가관이다. 보이는 종업원마다 "어서오십시오,손님!" 결국에는 필림도 못사고 도망치듯이 빠져나왔다.

이것만큼은 과잉서비스라서 안좋은것 같다. 서양에서는 손님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기 위해 부르지 않는한 주동적으로 손님에게 인사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손님이 필요할때 항상 나타나야 한다는게 원칙인데 이게 오히려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인터넷이라고 하면 게임이나 홈페이지같은것을 먼저 떠올리는데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도 한국에는 매우 발달되여있다. 포탈사이트들은 번역서비스나 검색서비스는 기본인데 그중에서도 지도검색서비스가 그렇게도 유용할수가 없다. 어디로 갈때 그곳의 주소나 전화번호만 입력하면 그자리에서 찾아보거나 프린터로 출력이 가능해서 초행지라도 전혀 찾아가는데 불편이 없다.

각종 정부기관의 행정업무도 다 사이트로 홍보와 조회 민원처리같은것을 하므로 간단한 업무는 집안에 앉아서 볼수도 있다.

예를 들면 주민등록등본도 인터넷으로 뗄수 있으며 각종 신고나 민원처리도 온라인으로 할수 있다. 출입국관련업무는 출입국사무소홈피에서 문의할수 있으며 노동분규가 생겼을시에는 인터넷으로 진정서를 제기할수 있다.

긴급상황이 생겼을시에는 단축키로 경찰서에 연락할수가 있으며 각종 상담과 문의도 인터넷하나면 해결할수 있을때가 많다.

이밖에도 널직하고 깨끗한 공용화장실,동네마다 갖추어진 놀이터와 작은 공원, 운전자의 안전을 생각해서 겹겹이 설치된 가드레일과 보행자의 안전을 생각해서 만들어진 과속방지턱,등산로에 만들어진 무료취사장, 그리고 열번을 갈아입어도 싫은기색 안보이는 의류매대종업원들, 밑반찬을 두번 세번 더시켜도 군말없이 보태주는 음식점주인, 지하철에서 쭈그리고 앉아 바닥에 뭍은 껌을 떼여내는 청소하는 아주머니들, 전화통을 놓기 바쁘게 짜장면을 배달해오는 중국집배달원들, 사회전반을 걸쳐 제도적으로 밑받침해주고 각종 편의시설이 뒤따라주는데다가 일하는 사람마다의 몸에 깊숙히 배인 신속하고 친절한 서비스는 어디로 가나 쉽게 만날수 있다.

한국에서 머무른지 퍼그나 된다지만 공장이나 건설현장에서 같혀서 산것이 대부분이고 한국주민이 아니라 외국인의 신분인만큼 사회전반에 걸친것이 아니고 부분적인 경험이지만 한국의 각종 편의시설과 서비스정신은 내가 상상한것 그이상이였다.이런 서비스정신이야말로 한국의 가장 큰 자랑이고 힘이 아닌가싶다. 앞으로도 더 나은 모습이 기대되고 고향에서도 언젠가 이런 모습이 하루빨리 나타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PS: 이글을 쓰고도 도대체 서비스가 정확히 뭔지 개념이 안잡혀서 사전을 찾아봤다.

그 결과
서ː비스(service)[명사][하다형 타동사]
1.☞서브.
2.생산된 재화를 운반·배급하거나 생산이나 소비에 필요한 노무를 제공함.
3.보수를 바라지 않고 남을 위하여 봉사함, 또는 그 봉사. ¶  서비스 정신.
4.상점 따위에서 값을 싸게 해서 팔거나 경품 따위를 붙여 팖.

만약에 윗글 그대로라면 제목부터가 틀린거라고 할수 있으나 음식점이나 술집, 호텔도 서비스업종이라고 하는 요즘세월에는 위의 해석도 맞다고 할수가 없지 않은가? 시대가 변하면 단어의 뜻도 변하고 어쩌고 궁시렁... 아무튼 서비스와 연관된다고 생각되는것들을 몽땅 머리속에서 털어내봤다.  

추천 (1) 선물 (0명)
IP: ♡.99.♡.22
영이 (♡.176.♡.167) - 2002/08/13 14:53:07

^^, 글 잘 읽었구요....
지금은 중국도 마니 변했어요......
하긴 지역별로 틀리긴 하지만
마니 편리 해 졌어요.....

jade (♡.160.♡.2) - 2002/08/13 20:00:58

중국두 많이 개선되야 되는데..물론 그론곳두 있겠지만..불편한점이 한두곳 아닌데..

러브유 (♡.11.♡.8) - 2002/08/13 21:26:07

무우님 관찰력이 대단하시군요..
글을 쓰는데 관찰력은 필수지요..

중국에서 겪은 최악은 택시 서비스...
악! 소리 나올 수준 입니다.
운전실은 쇠창살로 둘러놓고..
손님이 거부감을 느끼게 하는거죠..
아무리 치안이 불안해도 그렇지...
손님을 대하는 예의가 아닙니다.
강도 달할까 무서워도 장사는 해야겠고...
헐헐

zheng ying (♡.4.♡.52) - 2002/08/14 07:36:12

이러브유란사람은 개구리 올챙이때의일을 모른다하더구만
어디가나 이런 분쉬없는 말을하고 다니네요?ㅉㅉㅉ
그렇게 모든게 부정적으로 보이시는지?리해가 안가네용.
실정에 맡게 움직이고 살아가는것이 예의이고 도리인것
같은데...

삐수니 (♡.68.♡.22) - 2002/08/14 18:19:24

중국도 지금 부단히 발전하고 있고 지금 큰도시 같은덴 이미 그만한 서비스가 따라가잖습니까.언젠가 우리 중국의 서비스도 한국 초월할겁니다.하지만 인정해야된는건 인정해야되는거잖아요,그렇게 될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수요된다고 봅니다.*^__^*

러브유 (♡.162.♡.180) - 2002/08/14 20:23:53

zheng ying씨는 누구셔?
<분쉬없는 말>이 란게 무슨 말이요? ufo말이요?
부정적으로 보는게 아니라 비판적으로 보는 겁니다.
비판적인 시각이 있어야 개선이 가능한 거죠...
<실정에 맡게>가 아니라 <실정에 맞게> 입니다.

zheng ying (♡.234.♡.227) - 2002/08/14 23:22:50

러브유..이것이 당신글이요...(중국에서의 삶은 확실히 한국에서의 삶보다 질이 떨어진다..넌 이런걸 모르니? 인정할건 인정해야지... 넌 한국에 한번 가보기라도
했니? 이 우물안의 개구리야...)
그렇소.중국에서 살면 삶이 값이 떨어지는구만.그래 삶이 값이 오르는
한국에서 중국사는 인간을 우물안이 개구리라 욕하면서 살아가오.
당신같은 사람을 분쉬없다고 하오.

러브유 (♡.162.♡.34) - 2002/08/15 14:20:04

내 말 바꾸지 마쇼..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했소..
값은 무슨 값?

그러구 나를 한국에 사는 사람으로 오해 하나본데..중국보다
더 후진 곳에 살고 있는 사람이요...

분쉬없다는 말은 아무래도 조선말이 아니고 UFO말인것 같소..

zheng ying (♡.134.♡.26) - 2002/08/15 16:44:48

그래 베트남에 잘먹고잘사오.질이 좋은곳에서...
중국에서 사는 사람은 다 질이 없는 삶인게..
베트남에 있다보니 질이 높은 삶은 살다보니
조선말도 다 잊어버리는구만..

토마토 (♡.62.♡.16) - 2002/08/18 19:56:06

학습잘했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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