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생생활-한국수기3

네로 | 2002.01.16 10:56:32 댓글: 1 조회: 7863 추천: 1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387
세번째 이야기

먼저 연수생과 외국인근로자의 차이부터 짚고넘어가야겠다.

연수생이면 어떻고 외국인근로자면 어떠냐구?
요기에는 아주 심오한 과학이 숨어있다.근로자는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다.여기엔 의료보험 혜택, 산재처리 임금체불 최저임금및 휴식일과 노임인상등노동자의 권리가 조목조목 열거돼있고 이를 회사측에서 위반할시 근로자가 노동부에 신고해서 올바른처리를 받을수 있다.외국인근로자라고 하더라도 노동법은 꼭같이 적용된다.(자본주의대한민국은 평등과 자유의 국가인만큼....외국인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가지가지 대우를 다해줄게면 뭣하러 그먼 외국까지 가서 사람을 구해온단말인가?
하지만 일할사람은 절실히 필요하고...결국 한국정부와 고용회사측에서 머리를 맞대고 밤낮으로연구해서 마침내 산업연수제도라는걸 만들었다. 결과 외국인 근로자들을 근로자가 아닌 연수생으로 탈바꿈시킴으로 노동법의 보호를 일체 받지못하도록 고안해낸것이다.
반면에 회사는 연수생에게 기술을 배워줄 의무도 따로 교육을 시킬 의무도 없으며 기술증서같은걸 딸수있는 기회를 줄 필요도 없다.연수생의 로동시간이나 대우는 몽땅 회사맘대로 할수 있게끔 만들었다.(누가 좀 아니라고 말해줬음 좋겠다.....)
하지만 사실 연수생은 실질적인 근로자이고 한국정부에서는 우리에게 근로자의 대우를 해줬어야 했다. 연수를 받은적은 계약기간2년중 한번도 없었다. 하다못해 책자한권 주거나 별도로 기술교육한적도 없었고..참관교육따위는 더구나 없었다.기술이라고 해봐야 철판을 자르거나 볼트를 다는 단순작업을 계속 하는데 돌아가서 나트(螺母)를 달거나 철판자르는 기술자로 취직할수도 없는일이구.흐흐흐...
다른 연수생들도 사정이 비슷했다.우리는 오자마자 즉각 생산에 투입되고 오히려 한국근로자보다 훨씬긴시간을 일해야만 했다.례를 들면 우리 계약서에는 근무시간을 아침8시반부터저녁8시반까지..그리고 한달에 나흘되는 일요일중 2틀만 쉴수 있도록 했다. 한국근로자 규정근무시간은 주당 44시간인데 연수생 의무근무시간이 60시간이 넘다니.코미디가 아닐수 없다.차라리 슈퍼근로자제도로 이름을 바꾸던지..연수생제도는 외국인을 더 효률적으로 착취하기위한 제도이지 결코 가난한 동포에게 기술을 배워주어 잘살게 하려는 제도가 아니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조건을 달갑게 받아들였고. 그래도 중국보다는 월급이 훨씬 많으니까....
이것저것 따질형편이 못되였고 이것저것 위법항목이 조목조목 씌여진 계약서에 서슴없이 시뻘건 지장을 찍었다.(례를 들면 근로자의 임금은 어떤 이유던지 즉각 지불하도록 노동법에 명시돼있으나 계약서에는 무단이탈을 방지한다는 명의하에 월급을 죄다 저금시켜 회사서 보관하고 매월5만원씩만 현금으로 지급되도록 적혀있었다.그리고 노동자조합에 가입하거나 기타 부적당하다고 판단되는 행위가 있을시에는 즉각 국내송환. 한사람이 잘못했을 경우에도 연대죄를 적용하여 전원 강제출국시킨다는 엄포도 빼놓지 않았다.)
한국온 이튿날..그날은 두루두루 계약서도 체결하고 푹 쉬고 사흘째 되는날 우리 모두 작업복을 차려입고 공장에 출근하였다. 직장장님과 사원들이 박수로 맞아주었고,간단한 연설이 있었다. 생소한 어투지만 다행이 대강은 알아들을수 있었고...나중이였다. 직장장님이 <자 일합시다,구호!>라고 웨쳤다.그러자 사원들은 일제히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것이였다. 엉 이건 모야?
이때 직장장님이 말했다.<저 교포아저씨들도 함께.. 빙둘러서서 엄지손가락을 모두 가운데 대고 안전!하고 소리치면 됩니다.> 허걱~ 한국은 다르기는 다르구나... 우리모두 쭈물쭈물..꼼지락꼼지락...서로 눈치만 보고.... 적응이 안되는거 있지.이건 무슨 도깨비장난이람?
직장님이 다시 재촉하고,울며 겨자먹기로 모두 손을 들었다.으휴~살다보니 구호도 불러보고... 후에는 또 뭐가 있을런지..정말 걱정되였다.

아니나다를가 비슷한 일이 며칠후에 있었으니 한달에 한번씩 있다는 조회였다.모든직원들이 일하다말고 줄레줄레 회의실에 들어와 자리에 앉고 부장님이 들어오자 조회는 시작되였다.과장님이 일어서서 진행했다.<일동기립!>모두들 일어섰고 우리도 그정도의 눈치는 있어서 같이 일어섰다. <자,지금부터 조회를 시작하겠습니다.애국가생략,일동 국기를 향하여 경례!>그러자 전원모두가 오른손주먹을 가슴에 갖다대는것이였다,나도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잽싸게 오른손을 가슴에 갖다붙이고 형들을 슬쩍 훔쳐보았다.형들도 어느새 손을 가슴에 얹고있더구만...한동안의 침묵이 흐르고.... 그런데 다시생각해보니 아무리 한국에선 한국법을 따른다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한국인이 조국국기에올리는 례의이지 우리가 오성붉은기를 놔두고 태극기에다 따라한다는건 도리에 어긋나는것 같아서 슬며시 손을 내렸다.다행이 회사원모두가 엄숙한 표정으로 태극기만 보고있었고 이의(異意)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휴~놀래라,십년감수했네.생각할수록 괘씸했다.출국전 해외로무자 학습반이라는델 억지로 다녔었는데 이럴땐 어떻게 하라는건 안가르쳐주고 외국가서 에즈병 조심하고 기생집 가지말라는둥,경조사엔 꼭 무슨색의 양복입고 가라는둥 외출할땐 위험하니 무리쳐서 다니라는둥 쓰잘떼 없는것만 배워주고 시험까지 치러야했으니...하긴 형식적인데라 수업을 많이 빼먹긴 했지만... 어떤 회사에선 아침에 국민체조까지 해야한다고 들었는데...그나마 다행이였다,왠지 절차적이고 집단적인건 체질에 잘 않맞았다.

암튼 구호를 부르고나서 우리는 나뉘여져 일에 들어갔다. 암것도 모르니까 구경부터 하고..다행이 사원들이 친절하게 배워줘서 며칠이 안돼서 별무리없이 일을 할수 있게 되였다.그런데 중국에서는 공구를 죄다 중국말로 부르다보니 알아들을수없어 골치아팠다.
스파나는 연변에서는 (活拌手)를 가리키는데 한국에서는 (開口拌手)를 가리키는 말이여서 맨날 헛갈리고...活拌手를 한국에서는 몽끼라고 부른다. 관챈즈는 파이프렌찌..잰주이챈즈는 립빠라부르고. 內六角拌手 는 육각렌치.등등 입에오르기 힘든 외래어가 대부분이라...
계기판도 영어로된 단추가 많은데 알만한건on 과 off밖에 없고...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차츰 흐르니까 익숙해져갔다.일의 흐름도 차츰 눈에 들어오고...회사동료들과도 친해졌다.

회사가 멀어 거의 다들 차를타고 출퇴근하고,아줌마들도 자가용을 타고 다녔다.우리한테는 신기할수 밖에, 한국에는 자동차가 별로 안비싸서 일년수입이면 차를 장만할수 있다,게다가 3년에 나누어서 차값을 지불할수도 있어서 유지비만 댈수있는형편이면 거의 차가 있었다.
아~부러워라...20살밖에 안되는 꼬마들도 차를 끌고다니고..<형,드라이브시켜줄까?> 이형은 늙은뒤에도 자가용타볼수 있겠는지 모르겠구만.(그런데 지금 같이 일하는 조선족가운데 자가용을 타고다니는 형이 있다.그것도 호화로운 대형승용차를..한달월급주고 중고차시장에서 샀다고 한다.대형승용차는 엄청비싸지만 쓰던차는 기름이 많이 먹고 유지비가 많이든다는 결점때문에 똥값이다.게다가 구형모델이라..
참고로 그형은 여기와서 면허증까지 땃다.운전학원도 안다니고 그어렵다는 코스시험을 단번에 통과했다는데...하여간 팔팔한놈은 절간에 가서도 고기반찬 얻어먹는다더니....)

하여간 한국에 도착해서 집에 전화는 해야되는데 방법을 몰랐다. 다른사람하고 가르쳐달래서
집식구와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긴 했는데 전화비가 만만치 않았다.만원이면 10분정도 전화할수 있는데 한달에5만원밖에 못받으니 전화비하기도 빠듯했다.집식구들도 보고싶고 일일이 일가친척과 친구에게도 무사히 지낸다고 연락해야 했으니..(만원짜리 001국제전화카드로는 10분밖에 통화할수 없다.지금은 반시간씩 전화할수 있는카드도 나왔으나 그때는 없었던걸로 생각됨.)
게다가 이발비도 만원씩이나 하고... 방법이 없었다,허리띠를 질끈 동여매는수밖에....담배도 끊고,술은 꿈도 꾸지못했다. 중국에서 올때가져온 술담배도 얼마 안가 동이 나고....그나마 세면도구와 속옷같은것은 넉넉히 준비해와서 구멍난 속옷입고다니는것만은 간신히 면할수 있었다.

지금은 웃으며 얘기하지만 그때는 밤12시,새벽3~4시까지 연속 일하면서 너무 피곤하고 졸려서150원짜리 자판기커피가 그렇게 마시고싶었지만 마실수가 없었다.하지만 통장에 돈이 차곡차곡 쌓이는 재미에 힘든줄도 몰랐고....뭐든지 극복할수 있었다.밤을 꼬박 지새우며 일했고 돈을 조금만이라도 더벌려고 한달에 두번 쉬는 일요일에도 일했다.

하지만 세상은 너무 무정했고..예기치않은 불행이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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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189.♡.42) - 2006/07/18 01:09:22

와..나쁜놈들이네 ㅡㅡ;; 같은 한국사람이지만 그놈 때려 잡아 죽이고 싶다..

한달에 5만원 이라니 무슨 폐인도 아니도 잘못 들어 갔네요 ;; 나랑 일했음 좋았을텐데

기술도 갈켜 주고 그럴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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