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한국생활수기(9)

네로 | 2002.01.17 09:18:46 댓글: 0 조회: 8309 추천: 9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393
아홉번째 이야기

연길에 가면 로무시장이라고 있다.거기에 가면 일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줄레줄레 서있고 (롤러브러쉬(滾刷)를 들고있는 회칠전문아줌마들,타일커터(磁轉刀)를 들고 있는 외지 사나이들...)그들이 지닌 공구나 패쪽에 쓰여진 글을 보고 뭣하는 사람인가 알수 있다.고객이 가면 서로 일감을 맡으려고 법석이고 흥정을 거친뒤 거래가 성사된다.

한국에는 이런것을 대행해주는데가 있는데 바로 인력사무소다.일군이 필요한 사람들은 인력소개소에 전화를 하고 인력소개소에서는 알맞는 사람을 보내주고 일한사람이 그날 번돈의 10퍼센트를 소개비로 받았다.인력소개소에서 받는 일감은 다양했는데.미장,용접,목수,택스(천정에 석고판을 대는일),보도블럭(큰길양켠인행도에 세멘트벽돌 까는 일)조경,(나무나 화초를 심거나 가꾸는일) 하스리,(벽이나 콩크리트바닥을 부셔내는일)질통,(등짐으로 건축자재를 나르는일.)잡부(애매모호하다,아무거나 시킨다고 잡부!) 일이름만도 수십가지여서 기억하기도 힘들다.아무튼
고시원에든 이튿날 나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인력사무소로 찾아갔다.8시쯤 되였을까? 인력사무소에는 사장 한사람만 있고 일군은 한명도 없었다,워낙 일군들은 새벽에 나와서 일감을 찾고 그시간에는 죄다 일을 나가고 없었던것이다.
나는 꾸벅 인사를 하고 여가서 일좀 시켜달라고 사정했다,사장님의 대답은 No!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면 많은 액수의 벌금을 물어야하기에 어쩔수가 없다는것이였다. 이때 전화벨이 울렸다,급하게 사람이 필요하니 보내달라는것이였다.난감한 표정을 짓던 사장님은 한참을 망설이더니 나더러 가보라고 했다,대신 절대로 중국사람이라는것을 말하지말라는 부탁과 함께.

약속장소에 나가니 승합차(小面包)가 기다리고 있었다.차에 오른뒤 곧바로 일터로 떠났다.한 인쇄회사 전산실에 쓰는 컴퓨터광케이블을 설치하는 일이였다.
일은 다섯사람이서 했다,사장님을 포함해서 설치하는 기술자세명,그리고 다른 인력사무소에서 온 아저씨도 한분도 계시고.. 별로 힘든일은 아니지만 대신 이런 저런 부속품과 자재가 많았는데 이름이 죄다 영어로 되여있고 첨보는것들이라 혼란스러웠다.몇번이나 헛갈렸지만 일시키는 사장님은 좋아하면서 치하해주었다.<이친구 괞찮은데,첨해보는데 빨리 배우는구만.>
그날은 그럭저럭 무사히 일을 마쳤다,일을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사장님이 다른 사람몰래 나를 살짝 불러냈다.(어린친구,내일도 나와,다른사람한테는 말하지 말구^^)

그날이후 거의 열흘동안 그곳으로 다니며 일했다.계속 한국인 행세를 하면서...다행히 온지 2년이나 되는터라 한국말은 수준급으로 배워서 누구도 눈치채지못했다,하지만 어쩔수 없이 "본색"이 튀여나오곤 했으니...작업선을 공작선(工作線)이라고 불러서 사람을 놀래키기도 했고 1M를 한미터라고 부르기도 했다.한국에서는 한메다,두메다가 아니라 일미터,이미터로 부른다. 가짜한국인질하기가 좋을리 없었지만 일을 계속하려면 그방법밖에 없었다.적어도 그당시엔..
지금은 한국경제가 많이 나아져서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단속이 훨씬 뜸해졌다.그래서 조선족을 쓰는데도 많아졌다.내가 일하는데도 한고향 형들이 계셔서 조선말을 원없이 하면서 일하고 있다.그래서 나의 한국말은 다시 서툴어졌다.ㅎㅎㅎ 어디가서 한국인인척해도 그자리서 들통난다.온지4년째인데도... ㅋㅋㅋ 조선족인걸 숨기고 한국꾸냥 꼬시기는 다글렀따.그래도 좋다^^

같은일을 계속 하다보니 각종 부품의 이름을 거의 외울수 있었고(물론 지금은 죄다 까먹었다.)나중엔 좀 더 기술적인 일도 할수 있었다.그곳의 일이 끝나고 사장님은 나의 핸드폰번호를 물었다.얼마후 큰 공사를 맏게 되는데 그때가 되면 나를 부르겠다면서...하지만 그당시 나에게는 핸드폰이 없었다.하루번돈이면 핸드폰 구입하기에 충분했지만 대신 수속을 해줄사람이 없었던 것이다.(핸드폰요금은 구입한사람 앞으로 청구되기에 사용자가 요금을 물지 않으면 구입한사람 저축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간다. 가끔 그런 사례가 있어서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대부분사람들은 대신 핸드폰을 신청하는것을 꺼린다.)그리고 자칫하면 잡혀가는 판국에 내거처의 주소도 알려줄수도 없었고.점잖게 사양하는수밖에 없었다.

그후에는 주로 건축현장에서 잡부로 일했는데,ㅠㅠ 힘들었다.새벽같이 일어나 눈을 비비며 인력사무소로 갔고...(늦으면 국물도 없다.) 여름 땡볕에 피부도 점점 노가다답게 새까맣게 익어갔다.노가다하는 사람들은 멀리서도 알아볼수 있다.땡볕에 타서 흑인을 빰칠정도로 까만피부에( 상관 없는 얘기지만 흑인이야기 하나! 회사 다닐적 밤에 밖으로 나간적있었다,시골이라 당연히 가로등도 없고.희미하게보이는 밤길을 걷다가 쿵하고 사람하고 부딛쳤는데 근처 회사에서 일하는흑인아저씨였다. 흑인이 검은옷을 입고 밤길을 걸으니 코앞에와도 안보이더라.쿠쿠..) 가방을 메고다니는 사람이면 무조건 노가다다.(가방속엔 갈아입을 작업복과 신발이 들어이따.)

처음 다닐때는 학생이 왜 이런데를 나왔냐고 혀를 쯧쯧 차시던 분들이(방학이나 휴학하는 동안에 노가다 다니는 학생들도 있다.대부분 편의점이나 주유소같은데서 알바를 하지만 그런데는 돈이 적으니까... 나도 첨에는 나이가 어린데다 안경까지 껴서 학생으로 오인받았다. 그래서 모두 나를 김군이라고 불렀었는데...참고로 기분이 아주 좋았다.^^) 나중에는 나를 보고 서슴없이 <어이,김씨!> 라고 부르는것이였다.

나는 그만 노가다다니는 김씨로 되고말았다.
추천 (9) 선물 (0명)
IP: ♡.157.♡.150
22,943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보라
2006-08-09
33
63035
ruiki
2002-08-02
0
573
OHKIM
2002-08-02
1
626
무릉도원
2002-08-02
1
868
꽃나래
2002-08-02
0
526
꽃나래
2002-08-02
0
440
영이
2002-08-01
0
452
무릉도원
2002-08-01
2
946
김은영
2002-07-31
0
564
나야
2002-07-31
0
483
노랑쥐
2002-07-30
0
538
Hero
2002-07-30
0
454
단 비
2002-07-30
0
460
꽃나래
2002-07-29
0
505
꽃나래
2002-07-29
0
396
꽃나래
2002-07-29
0
353
꽃나래
2002-07-29
0
428
꽃나래
2002-07-29
0
196
꽃나래
2002-07-29
0
267
단 비
2002-07-29
1
540
단 비
2002-07-29
0
476
노아
2002-07-28
0
525
청사초롱
2002-07-27
0
484
웅녀
2002-07-26
0
983
아치미
2002-07-26
0
824
현이
2002-07-26
0
684
돌이
2002-07-26
1
674
jade
2002-07-25
0
642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