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씨아저씨의 사망-한국수기(14)

네로 | 2002.01.17 09:21:22 댓글: 0 조회: 7190 추천: 2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398
열네번째 이야기

무우는 행운아다, 집에 있을때는 몸이 허약하여 병원신세를 심심찮게 졌지만 여기로 온후 감기 한두번 걸린걸 제외하곤 앓은적이 없다.몸도 아주 튼튼해졌고,아마 단순한 마음가짐과 규칙적인 식사와 노동이 건강한 육체를 만들어내는가보다.그런의미에서 연수생생활도 보람있다고 할수 있다.몸은 평생을 두고 쓰는 재산1호인데...튼튼한 몸으로만 돌아가도 벌고 가는게다.

일하는 동안 다친적도 없고. 다칠적번한적은 더러 있었지만 다행이도 무사하다.주위의 분들도 거개가 무사하시고..그것만으로도 하느님이 만약 계시다면 감사드리고 싶다.(가석하게도 무우는 어릴때부터 확실하게 공산주의교육을 받아서 철저한 무신론자다.^^)

하지만 섬유공장에서 일하는동안 한분의 조선족이 돌아가셨다.그날은 음력으로 12월2일.
여느날과 다름없이 그날도 어김없이 염색차간은 야간작업이 계속되였다.그날따라 물량을 많이 뽑아낸터라 일감이 쌓여있었다,조카인 작은 고씨아저씨도 같이 염색차간에서 일하셨는데 한사람은 내일 일찍 출근해야했기에 밤11시가되자 작은 고씨아저씨를 보고 먼저 올라가 쉬라고 했다.하지만 그는 아저씨가 늦게까지 일하는게 안쓰러워서 팔을 걷고 도와나섰다. TV를 켜놓고 늦은시간이지만 우리는 이야기꽃을 피우며 즐겁게 일했다.(일을 기왕 하는바에는 그일을 사랑하라,그렇지 않으면 일을 하는내내 고통스럽다.)밤이 깊어지자 준비해놓았던 야참을 꺼냈다.그리고 어제 먹다남은 소주 반병도...

<아저씨 한잔 받으세요.>내가 소주를 따랐다,<김씨가 따라주는 술이 젤 맛있더라.>아저씨도 너스레를 떨면서 받았다.그 술한잔이 아저씨가 이세상에서 드신 마지막술잔이 될줄이야.....

새벽 두시가 돼서야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우리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리에 누웠다.
이튿날 열한시에 고씨아저씨와 나는 일어나 염색차간으로 들어갔다.좀 피곤해보였지만 그때까진 아저씨는 별다른 이상이 없어보였다. 얼마안지나 12시가 되고 점심먹으로 밖에 나왔다.그런데 과장님이 정신없이 공장을 가로질러 뛰쳐나가는것이였다,뭔일이예요? 내가 옆에사람한테물었다.고씨아저씨가 쓰러지셨어,지금그래서 병원에 호송중이야.>

조금전까지만 해도 건강하시던 분이니까 곧 괞찮아지시겠지 했지만 얼마 안지나 고씨아저씨가 세상떴다는 비보가 전해졌다.즉시병원으로 호송했으나 고씨아저씨는 급작스런 뇌출혈때문에 너무빨리 돌아가신것이였다.

병원에 빈소가 차려지고 회사원들 모두가 장례식에 참석했다.뜻밖에도 고씨아저씨의 친척분들이 많이 와계시고 두따님과 사위들도 와 있었다.고인에게 절을 하면서까지 나는 잘 믿겨지지 않았다. 얼마전까지만해도 같이 웃고 얘기하던 분이 이세상에 안계시다니...

사람이 떠나니 너무도 허무했다.의례적으로 있는 절차가 끝나자 사람들은 금방 언제 침울했냐 싶게 활기를 되찾았다...곧 고스톱판이 벌어지고...(한국에서는 상가집에서 고스톱치는것이 풍습처럼 되여있다.) 중국사람들은 트럼프(카드)판을 벌렸다,작은고씨아저씨와 두따님은 여기 저기 뛰여다니며 술을 붓고..음식을 나르고......

오직 제사상위에 모셔놓은 고씨아저씨의 흑백사진만이 외롭게 뭇사람들을 바라볼뿐...
추천 (2) 선물 (0명)
IP: ♡.157.♡.150
22,915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보라
2006-08-09
33
62098
@골뱅이@
2002-07-25
0
589
꽃나래
2002-07-25
0
602
영이
2002-07-25
0
424
jade
2002-07-25
1
473
꽃나래
2002-07-25
0
454
디스
2002-07-25
0
511
꽃나래
2002-07-25
0
663
꽃신
2002-07-24
0
542
웅녀
2002-07-24
0
636
jade
2002-07-24
1
908
청사초롱
2002-07-24
0
604
김은영
2002-07-24
0
657
바다모랩~
2002-07-23
0
632
돌이
2002-07-23
1
695
꽃나래
2002-07-22
0
558
바다모랩~
2002-07-22
2
490
영이
2002-07-21
1
494
나네모
2002-07-21
1
584
발리언트
2002-07-20
0
382
발리언트
2002-07-20
0
362
발리언트
2002-07-20
0
381
발리언트
2002-07-20
0
338
발리언트
2002-07-20
0
353
발리언트
2002-07-20
0
285
발리언트
2002-07-20
0
206
발리언트
2002-07-20
0
229
발리언트
2002-07-20
0
493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