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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보조-한국생활수기(15)

네로 | 2002.01.17 09:22:00 댓글: 0 조회: 7990 추천: 8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399
열다섯번째이야기

고씨아저씨가 떠나신뒤에도 나는 상당기간동안 염색공장에 남아있었다. 거의 7개월동안 있었나?아마...  그럭저럭 일도 이젠 손에 익고 고참(자격이 오랜 사람을 일컫는 한국속어)이 되다보니 무척 편해졌다. 힘든일 같은건 슬슬 빠지고 아니,신참(햇내기)들이 알아서 했고..흐흐흐....
주로 기술적인?것만 맡아했다. 그런데 나에게 유혹이 닥쳐왔으니...

아는사람으로부터 모텔에 들어가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았다.모텔(motel)이 뭘하는데냐구? motorist's hotel,즉 주차장 달린 여관(汽車旅店)이다. 일도 더 쉽다는데다가 돈도 더많이 준다니 귀가 솔깃해져서 염색공장의 일을 정리하고 서울 어느 번화가에 자리잡은 모텔에 취직했다.

모텔에 들어가보니 후훗.. 먼저 일하던 거무칙칙한 염색공장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9층이나 되는 상당한 규모였고 시설도 업계에서는 최상으로 갖춘데였다. 복도에는 붉은 카펫을 펴고 벽에는 그럴사한 유화가 걸려있었고  부드러운 조명...게다가 실내에 잔잔히 흘러넘치는 올드팝송. 순간 이곳이야말로 내가 있어야할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무슨일을 했냐면~ 보조,보조라는 일은 말이 듣기 편하게 보조이지 전칭은 청소보조이다.뭐 듣기거북하니까 보조라고 부르는거지^^. 보조의 주업무는 침대시트 가는일,손님이 방에서 나오면 새침대시트를 두장 가져다 한장은 매트리스(席夢思)에 한장은 이불에 씌우는건데 이것을 베팅이라고 부른다.우리처럼 시트를 두장쓰면 더블베팅이라 부르고.

  시트를 그냥 매트리스위에 펼쳐놓는게 아니고 네귀를 모두 매트리스밑에 집어넣고 잡아당겨 침대가 거울처럼 반듯하게 만든다.말로 하니까 되게 쉬운데 ㅡㅡ;;
  첨에는 그게 뜻대로 되지않아서 나보다 어린 동생들한테 엄청 눈치받아따. 좀만 힘을 더 써도 주름이가고 아니면 시트가 뭉텅 빠져뿌리고....  아무튼 힘들게 나의 보조생활은 시작되였다.

  모텔에는 나말고 보조를 하는 얘가 두명 더 있었다. 다 나보다 서너살 어린 한국얘덜.. 그밖에 당번(領班)과 주임도 비슷한 나이였다. 다같이 한기숙사에 들었는데 비슷한 나이들끼리라 떠들썩하고 재미있었다.(원래 일하던데의 기숙사에는 나이많은 교포아저씨한분 빼고 나중엔 몽골사람들만 들어와서 하나뚜 재미없었다, 이인간들이 뭐하고 왁자지껄하는데 하나라뚜 알아들을수가 있어야지.하두 심심해서 저녁이면 맨날 알지도 못하는 영어책을 붙들고 보았다. 덕분에 나중에는 영어를 장난아니게 잘해따..흐흐흐,세상만사가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했거늘,)

  보통 밤12시나 새벽한시쯤에 퇴근했는데 그냥 잔적이 거의 한번도 없었다. 샤워하고난뒤 맥주를 마시며 그날 있었던 일이며 이러루저러루한 이야같은것을 하다보면 빨라서 두세시가 돼서야 잘수 있었다.게다가 비디오같은걸 한두편 보면 밤을 새다싶이 해야했다.아침에는 졸린눈을 비비며 일어나서 출근하고,

  한국생활3년에 잠이 많이 줄었으니 망정이지,한국에서는 11시,12시는 초저녁이나 다름없다,첨에는 잠이 부족해서 힘들었는데 온지 1년도 안지나 곧 적게 자는데 습관되였다,참 사람의 몸은 알수록 신비하다. 하지만 너무 졸리면 살짝 근무시간에 교대로 눈을 붙이고,흐흐


  아침10시,길고도 긴 하루의 일이 시작된다.칼날같이 주름을 세운 신사바지에 와이셔츠를 받쳐입고(다행이 빨래는 해주는 사람이 따로 있었다. 출근복은 물론 속옷마저*^^*)머리에는 뻔질뻔질하게 젤을 바르고 우스꽝스런 나비넥타이까지매고(ㅠㅠ....넥타이매는거는 증말 싫은뎅)

  뛰여다니며 시트를 벗겨내고 새시트를 갈아씌우고.. 청소하는 아줌마들은 뒤를 따르며 방청소를 하고 음료수나 수건 커피같은것을 새걸로 챙겨놓고,전쟁판이라고나 할가? 암튼 정신없이 해야 했다.좀 힘들어서 쉬였더니 1층 카운터에서 <왜 이리 시간이 많이 걸려요?>라고 불같은 독촉이 들어온다.

  엉? 이인간들이 내가 늑장을 조금 부린걸 알지? 얼마후에야 알았지만 각층의 복도마다 적외선페쇠회로카메라가 설치되여있어 카운터에서는 드나드는 손님과 일군들의 일하는 모습을 낱낱이 볼수 있는것은 물론, 방안에서 일할때에는 청소용열쇠(일명 masterkey로써 손님것과 달리 모든방을 열수 있었다.)의 마그네틱칩이 내장된 플라스틱부분을 문옆의 잭에 꽂아놓고있어야하는데 다 회로로 카운터의 컴퓨터와 연결되여 있어 방안에 있은 시각은 물론 몇번 문을 여닫았는지까지 일일이 체크할수 있었다. 그러니까 남몰래 게으름을 부린다는것은 아예 불가능했다.현대과학이 가져다준 심각한 부작용을 깨닫게 하는 순간이였다.

방을 거의 치웠다싶으면 손님이 또 쏟아져나오고, 청소해놓은지 얼마 안되면 또 손님이 들어간다. 아이구~ 주변의 모텔들은 파리를 날린다던데 왜 우린데만 이리 영업이 잘되는지...

  한국은 중국과 달리 여관에 출입할때 신분증같은것을 보지 않았다,물론 남녀가 출입할때에도 결혼증을 보여줄 필요가 없고, 다만 미성년자출입만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모텔은 주숙을 위한데라기보다도 남녀가 사랑을 나누기위한데처럼 보였다.요금도 투숙시간에 따라 두가지였는데 하루밤묵고가는것은 숙박요금을 받고 쉬였다?가는것은 좀 더 쌌다.(투숙(投宿)과 달리 대실(貸室)이라고 부르는데 세시간내에 자리를 비워줘야한다,그러치 않으면 카운테의 전화벨세례를 받는다.)

  게다가 모텔주위에 대학교가 세개나 있어서 젊은 연인들로 초저녁부터 만원을 이루기가 일쑤였다,주말이나 명절이면 아예 비상상태이고.. 게다가  이른 시간에는 대부분 투숙이아닌 대실이여서 발바닥이 닳도록 뛰여다녀야 했다.방하나에 하루에 대실두번에 숙박하나만 받아도 세번씩이나 청소하고 시트를 다시 깔아야 하다니,하긴 그러니까 보조들이 일할데가 생기고 먹고살지만...

덕분에 밥먹을때도 차례차례 돌아가며 먹어야하고 24시간을 교대로 돌아가며 일해야 했다.휴~
아무곳도 밥먹고살기가 쉽지 않았다.

일한지 보름쯤 됐을가? 방안에서 시트를 갈고있는데 카운터에서 전화가 왔다.잠깐 내려와보라는것이였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카운터로 내려가자 아가씨가 자그마한 종이갑을 건네주며 손님한테 갖다주고 돈을 받아오란다. 받아보니 종이갑에 콘돔이라고 씌여져있었다.

  순간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였다.모텔이라니 대강 짐작은 했지만 손님의 콘돔심부름까지 해야할줄은 전혀생각못했다. 심한 모욕감이 몰려옴과 동시에 당장 일을 때려치고싶었다.아무리 돈벌러 왔다지만 내가 이런 신세가 되다니?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한심한 인간같았다. 콘돔은 그냥 콘돔일뿐이였다.원하지 않은 임신을 막기위한 물건일 뿐이지 나쁜물건도 아니요,콘돔을 쓰는것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였다.
그리고 모텔에서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것도 두사람만 서로 원한다면 너무나 정상적이고 인간적인것이 아니겠는가?

  콘돔을 손님에게 건네주고,돈을 받고(편히 쉬십시오.)라는 인사를 마치고 돌아서나왔다. 뭔가 잃은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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