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날의 여름휴가2-한국수기(20)

네로 | 2002.01.17 09:29:05 댓글: 1 조회: 4934 추천: 2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407
이튿날아침,자리에서 일어나기바쁘게 우리는 수영복이며 고기잡이도구를 챙기고 바다로 달려나갔다.최대리는 오리발,물안경이며 다이빙슈트를 챙기고,

다이빙슈트는 잠수부들이 입는것같은 새까만 옷이다.나일론같은 합성섬유로 지었는데 두텁고 탄력이 좋아서 보온도 되고 바위에 살갗이 다치는것도 방지할수 있다.부력이 있으므로 다이빙슈트를 입으면 사람이 물에 가라앉지 않는다.따라서 잠수할때에는 납덩이를 매단 웨이트벨트(weightbelt)를 착용해야 한다. 이밖에도 필요한 도구로서는 플라스틱으로만든 스노클이라는 숨쉴때 입에무는 파이프가 있다. 이런 장비를 착용하고 헤염치는것을 스킨스쿠버라고 하는데 일반 스쿠버다이빙(잠수)와의 차이점은 산소통을 휴대하지 않는다는것,스킨스쿠버는 한국에서 인기있는 스포츠이고 자격증소지자,및 동호회회원이 몇십만에 육박하는것으로 알고있다.참고로 다이빙슈트는 몸에 맞춰지어야 하고 고급소재를 쓰기때문에 엄청나게 비싸다.ㅠㅠ

새파란 파도를 보자마자 모두들 기분이 좋아서 야호! 하고 소리를 지르며 풍덩...
절대로 아니다.우리가 간데는 제방이라 모래나 자갈은 찾아볼수가 없고 십여톤은 넘음직한 콩크리트덩이로 얼기설기 쌓아올려져있었다.게다가 바람이 불고 파도가 심해서 헤염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다만 바다구경나온 사람들과 낚시하러 나온 사람들만 군데군데 널려있을뿐...
그래도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순 없었다.더럭 겁이나기는 했지만 훌러덩 벗고 썬크림(suncream)을 바르고 준비운동을 요란하게 한뒤 물안경끼고 스노클을 입에 물고 수많은 사람들의 경의에 찬 시선을 받으며^^ 풀러덩,입수!

크아앙! 무정한 파도는 사나이의 체면을 아랑곳하지도 않고 사정없이 나를 콘크리트덩이위로 개구리처럼 내동댕이쳤다.엄마야~ 나살려주~

  정신을 차리기도전에 2차가 덮쳤다.푸헉...꾸르륵 물에 빠지니까 아무것도 보이는게 없었다. 스노클로 물이 입속으로 마구 밀려들어왔다.푸훕!소용돌이치는 물속에서는 아래위가 분간도 안되고,숨이차서 질식할것만 같았다. 이렇게 꽃다운 인생을 마감하나싶었는데 갑자기 눈앞에서 시허연 기포가 스쳐지나갔다.맞아,기포를 따라가면 수면위로 올라갈수있겠지,나는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며 기포를 따라갔다.갑자기 탁하고 콘크리트덩어리가 몸에 닿았다.살았다! 저도모르게 찰거마리처럼 달라붙었다.

  쏴아~하고 물은 언제 그랬냐싶게 빠지고 나는 다리야 날살려라하고 뭍으로 뛰여올라갔다.(후에 형이 말한데 의하면 그때의 내 속도며 몸놀림은 가히 홍콩무협영화에서나오는 경공술의 경지에 이르렀었다고 한다.)온몸을 점검하니 이곳저곳 긁히고 벗겨져서 성한데가 없었다.나는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해나른해져서 콩크리드덩이위에 벌렁 드러누웠다.

  한낮의 햇살이 녹작지근하게 나를 비추었다.따스하고 기분좋았다.아~ 삶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것인가? 하지만 좀전의 경솔함으로써 이모든것을 잃을번했잖은가? 좀지나 정신을 차리고 물속에 머물러있는 최대리를 보았다. 그는 마치 나무토막마냥 물위에서 둥둥 떠다니고있었다. 머리를 물속에 박은채... 그러다가 물고기를 발견했는지 다리를 솟구치며 물속으로 자맥질해들어갔다.

  이렇게 하기를 몇번 최대리는 천천히 뭍으로 헤염쳐나왔다. 그리고 마술을 부리듯이 품속에서 물고기들을 꺼냈다.옆에서 시퍼런 비수를 들고 호시탐탐 노리던 형은 덥석 잡아채서 도마위에 놓고 껍질을 발라냈다. 나도 짐승마냥? 달려들어서 시뻘건 초장에 살점을 찍어서 게걸스레 먹어주었다. 물론 소주도 종이컵에 따라마시면서,

  하지만 여럿이서 먹기엔 고기는 너무도 적었고 최대리는 등을 떠밀다싶이 시퍼런 바다물속으로 쫓겨들어갔다. 혀를 날렴거리며 입을 다시는 우리를 뒤에 남겨놓고, 이러기를 두세번,마지막에는 자그마한 전복(鮑魚-고급조개의 일종)까지 한마리(한개인가?)주어왔다. 전복의 살은 생각보다 단단했다.손으로 눌러보니 딱딱했는데 살점을 떼내려고 칼을 조가비에 밀어넣으니 아파서 마구 몸부림쳤다. 좀 측은하기는 했지만 어느새 한사람앞에 한점씩 토막내여 나뉘여졌고 우리는 기가막힌 그맛을 찬양하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적으니까 더맛있었다.

  한참 쉬고나서 시계를 보니 온지 두시간남짓밖에 안되였다. 하지만 최대리는 지쳐서 더는 물속에 들어가질 못하고 그렇다고 그냥 돌아가기도 멋적었다. 턱을 고이고 멍하니 바다를 쳐다보았다. 시퍼런 파도가 울렁이는 바다는 저 멀리 하늘까지 있닿아있고 가끔 어선만이 조그맣게 보일뿐... 동해바다는 정말 아름다웠다.

  주섬주섬 물안경을 주어끼고 스노클을 물고 다시 들어갈 차비를 하였다.뉘가 말했던가?인간은 망각이 심한 동물이라고,

최대리가 나를 불러세웠다.그냥 들어가면 위험하다면서 차근차근 나에게 입수하는 방법을 가르쳤다.(물에들어갈때는 파도가 물러가는 순간을 틈타 들어가세요. 파도가 밀려오면 힘빼지말고 몸을 맡겼다가 다시빠질때에 힘껏 헤염쳐서 가운데로 들어가요,10여미터만 들어가면 물살이 약해지니까 괞찮아요,그리고 여기 오리발을 신고 들어가요,그러면 헤염칠때 힘이 적게 드니까.)

이번에는 명심했다.콩크리트덩이뒤에 몸을 숨겼다가 파도가 빠지는틈을 타서 최고시속으로 바다한가운데로 헤염쳐나갔다.성공이였다,바다가운데로 들어가니 파도도세차지 않고 그냥 넘실거리기만 할뿐이였다. 게다가 바다물은 흐르지않기에 파도가 치더라도 사람은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할뿐 어는곳으로 밀려가지도 않았고...

  온몸이 물에 잠기니까 부력을 많이 받아서 헤염치는것도 전혀 힘들지않았다,가끔 손발을 흔들어주는것으로도 떠다니기에는 충분했다. 조금 헤염쳐보고 여유를 갖게 되자 물안경너머로 바다밑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볓은 맑은 바다물을 꿰뚫고 바닥까지 훤이 비추었다. 새파란 수초와 미역이 물결을 타고 흐느적이고 잔고기들이 무리를 지어 손에 잡힐듯이 가까운데서 헤염쳐다녔다.내가 바다위에 둥둥 떠서 이모든것을 지켜본다는게 전혀 실감이 나질 않고 마치 바다밑을 찍은 TV장면을 보는것만 같았다. 귀에서는 어떻게 인간의 형용사로서는 도저히 표현할수 없는 신기하고 이색적인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마치 인간세상과 멀리 떨어진 또다른 세상을 경험하는것 같았다.

  얄미운 물고기들이 곯려주기라도 하듯 나를 따라다녔다. 그중에는 꽤나 통통하게 살찐 놈들도 있었다. 하지만 맨손으로 혼내준다는것은 아예 불가능한일. 우씨~ 너희들 잠깐 기다려라.나는 도로 뭍으로 헤염쳐나가 대나무로 만든 작살을 갖고 들어갔다.작살로 고기를 잡는다니 신기해할 사람도 있겠지만 최대리도 작살을 갖고 고기를 잡았다.

  작살은 2미터남짓한 대나무로 만들어져있었다. 끝에는 포크보다 약간큰 삼지창이 달려있었는데 찔린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끝에는 미늘(倒鉤)이 달려있었다.물속에서는 사람의 동작이 느려지므로 작살로 직접 찔러잡는다는것은 불가능했다.하지만 작살의 뒤쪽에 붙어있는 찰고무줄을 잡아당겨 팔꿈치에 낀다음 작살을 손으로 꽉 잡고있다가 물고기가 가까이 왔을때 겨냥하고 손을 놓기만 하면 쓔웅~하고 날아가서 고기를 찔러잡을수 있도록 만들어져있었다.어구점에서는 무려 만원씩이나 받고 팔았다.

  다들 활어(活魚)가 최고로 맛있는줄 아는데 기실은 작살로 잡은 물고기가 제일 맛있다고 한다.
왜냐면 그물로 잡은 물고기는 버둥거리며 발악하고 운반과정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때문에 육질이 많이 떨어지지만 작살로 잡은 물고기는 놀라거나 스트레스받을새도 없이 순식간에 죽고 몸의 피도 수압에 의해 상처로부터 순식간에 빠져나오기때문에 깨끗하고 육질도 좋다고 한다.믿거나 말거나...

  팔꿈치에 작살을 낀 나는 살기등등해서 바다물속을 둘러보았다,(움헤헤,쫘아식들,한놈만 걸려봐라,단방에 투명한 구멍 세개를 뚫어주고말리라.) 하지만 약삭바른 놈들은 어느새 깊은데로 죄다 도망쳐서 새까만 점들로밖에 안보였다.흑..꼭 잡아보고싶었는데...ㅠㅠ

  철퍼덕,철퍼덕,파도가 치면서 스모클안으로 자꾸만 바다물이 흘러들어왔다.훅하고 내뿜으면 도로 바다물이 밖으로 나가는데 재수없게 내뿜는 순간에 다시 바다물이 들어오면 더이상 숨을 내쉴수가 없어서 넙죽넙죽 받아먹어야 했다.내뿜는다해도 파이프안에 남아있는 바다물은 조금씩 껄쩍거리며 계속 목구멍으로 넘어왔다.재수없이 페에 들어갈때면 사레가 들고... 바닷물은 듣던건처럼 쓰지는 않고 좀 짭잘했다.그런대로 먹을만했다.하지만 나중에는 배도 부르고 정말 더이상 먹기가 싫었다.나중에 어떻게 터득했는지는 몰랐지만 스노클의 윗부분을 손으로 막고 훅하고 불면 남아있는 물이 밑에있는 밸브를 통해 깨끗하게 빠져나갔다.

  얼마나 헤염쳤을까? 시계를 보니 무려20분이나 흘렀다.기적적인 일이였다. 비록 평소에 수영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체력이 딸려서 50미터이상을 연속 헤염쳐본적은 없는데.. 아마 물고기잡겠다고 몸의 피로같은것을 잊으니까 가능했던것같았다. 다른데 주의력이 가니까 자세의 밸런스도 잘 맞고 뻣뻣했던 몸도 풀러져서 힘이 적게든걸거다.아마...

  잠시후 허둥거리며 뭍으로 기여올랐고 시간도 퍼그나 흘렀는지라 함께 돌아갔다.최대리가 간곡히 만류했지만 형하고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랐다.이틀쯤 시간적 여유도 있었고 바다도 정말 좋았지만 중국말에 不在呼 天長地久,只在呼 曾經擁有(점유하는것보다는 가졌던것으로 만족하리라.)라는 말이 있듯이 바다에서 실컷 헤염치고 놀고해서 그런지 미련이 남아있지 않았다. 휴가철이라 길도 복잡하고 하니까 일찍 돌아가서 쉬고싶은것도 있었지만.

  돌아가는 길에는 버스가 해안선을 따라 달렸으므로 아름다운 바다며 해수욕장을 여러번 감상할수 있었다. 싯누런 모래가 깔리고 해안에는 솔밭이 울창한 아름다운 해수욕장도 많았다.

PS:

그날 썬크림을 잔등에 바르지 않은데다가 땡볕에 잔등을 노출한채 오랬동안 헤염쳤기때문에 껍질이 홀라당 벗겨졌다. 아파서 거의 일주일은 엎드려서 잤다.
추천 (2) 선물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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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T셔츠 (♡.215.♡.202) - 2006/02/16 13:36:01

네로님이 쓴 한국수기를 오늘 2006년 2월16일 에 발견하고 애독하게 되엿어요.
님의 글에서 님에 생활에 대한 애착감과 그 무엇이라도 이겨내는 그런
정신도 돌이켜볼수 잇어요.
특히 세부적으로 많이 관찰하고 그런것 같아요.
유머로도 상세하게 보통사람으로서 심리세부묘사도 잘 되엿구요.
하여간 한국수기 1부터 쭉 단숨에 다 보앗거든요.
암튼 감사하고요. 몇년후에도 애독자가 잇다는걸 믿어세요
그럼 행복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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