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꾸난 속옷

말가죽인생 | 2023.09.04 09:52:49 댓글: 14 조회: 1381 추천: 12
분류50대 이상 https://life.moyiza.kr/sympathy/4500208
아침에 샤워하러 들어가다가 벗은 런닝에 구멍 두세개 뚫린것을

발견했다.허참 이거 왜 구멍났지? 거칠게 잡아당기면서 벗어서

구멍났나?아님 순면만 고집해서인가?아님 몇년 입었다고 제 수명

다했다고 반기를 드는건가? 암튼 콩알만한 구멍이 둬개 숭숭 뚫린

런닝을 보노라니 허구픈 웃음과 함께 쓸쓸함이 몰려오는걸 감출길

없었다. 어릴때부터 구멍난 바지를 입어본적 없이 곱게 큰 아들

이였는데...유족하진 못했지만 부모님들은 나한테는 잘해줬었다.

도시락에 소고기장졸임을 챙겨줄려고 청명과 추석에 아빠 단위

에서 소를 잡아 고기를 나누면 간장독에 삶은 소고기를 담궈뒀다가

도시락용으로 대부분 사용했고 닭치기를 해서 닭알도 끊어본적이

없이 먹었으며 옷도 서시장에 가서 해마다 사줬었다. 필경 부족한

돈으로 매짠 옷을 사주느라 하시다가 가죽옷도 인조가죽이여서

일년도 안돼 팔꿈치가 허옇게 닳아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은.

지금 생각해보니 그 시절 아빠엄마는 무슨 옷을 입고 출근했던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일년에 고기 몇번 못먹어본거 같기도 하고..

윗세대의 희생으로 그나마 풍족한 삶을 살았었건만 청년시절에

아쉬움이 없었던건 아니다. 대학교 졸업시절 면접보러 다니면서

정장 하나 갖추지 못한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반반하게 차려

입으려면 그 시절에도 천원돈은 필요했었다. 한달 300원되는 생활

비로 버텨야만 했던 대학시절이였던것만큼 손내밀수가 없었다.

그나마 좋은 세월만나 대학생을 좀 알아주는 시기여서 이럭저럭

취직은 했었고 입사한지 넉달만에 집에 5천원돈을 가져다 드리니

그렇게 뿌듯해하던 부모님 모습이 아직도 선하건만... 그때 그 시절

내 부모도 최선을 다하셨던것은 사실이다. 헌데 20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내가 부모의 길을 걷는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고

자식들을 키우면서 나름 안깐힘을 쓰건만 이후에 자식들도 내같은

아쉬운 소리 꼭 할거 같은 느낌에 그냥 씁쓸해난다. 흑수저로

태여난 내가 계급상승을 꿈꾸며 아등바등 애를 써보았건만

그게 쉽지 않더라. 그래서 내 자식들이 뭐 크게 출세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런 욕심이 없다기보다 그런 맘을 먹지 못하겠다.

나도 석사공부하고싶다고 말했다가 염치없는 소릴 말래서

연구생공부를 엄두못냈던적이 있다. 그래도 내 자식들한테는

공부가 따라못가면 과외비를 내서라도 고중,대학까지는 입학

시키고 싶다. 구멍난 옷을 일이년 더 입으면 어떠하랴? 휴...하지만

외국에 류학보내거나 독립하기까지 유족하게 아쉬움 하나 없이

해주기는 힘들다. 국제학교에 척척 입학시키고 외국류학도 서슴

없이 보내는 친구들을 볼때면 기죽을 때가 많다. 내
새끼들한테

그렇게 훌륭한 경제조건을 창조해주지 못하는 내가 부끄러울때도

있다. 헌데 어쩌랴? 승인하긴 싫어도 나도 그냥 평범한 인간인걸...

이젠 초로의 늙은이로 변해가는 힘 없는 아빠인걸...

안에는 구멍난 해진 속옷을 입고 겉에는 괜찮아보이지만 몇년째

입은 옷을 차려입고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웃음 띈 얼굴로 생계를

위해 달린다. 이틀뒤엔 무릎관절이 닳아 걷지 못하겠다는 아빠를

병원에 모시고 가서 치료받아야 되고 오늘 4천원짜리 근시안경을

맞춘 딸내미를 위해서라도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헌옷을 입더

라도 내 가족만 행복하고 아프지 않다면야...휴...늙고 병드는건

막을길 없지만 좀이라도 더 건강하게 살려면 오늘 저녁에도

부지런히 운동해 내라도 쓰러지는 일이 없어야지...화이팅!

오늘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오-바람잘날 없는 인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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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12) 선물 (3명)
IP: ♡.48.♡.242
whocares (♡.191.♡.145) - 2023/09/04 10:00:18

무거운 가장의 무게가 느껴지는 글이네요..
그래도 부모님이 옆에 지켜주는게 자식한테는 제일 든든한 뒷받침이 아닐가 생각해요.
아버님도 아들이 병원에 동행해주는 만큼 더 좋은 일이 어디있을가요?
가족을 진심으로 사랑하시는 그 마음 멋진것 같아요!

말가죽인생 (♡.48.♡.242) - 2023/09/06 15:49:43

댓글 감사하구요. 아빠는 그사이에 칼슘보충이랑 중시하지 않았던거 같네요. 진통제 좀 잡숫고 칼슘 보충하니 좀 낫아져서
며칠뒤에 병원가보자고 하네요. 이젠 좀씩 걸을수 있다면서 넘 큰 부담 갖지 말라고 오히려 위안해주시네요.ㅠㅠㅠ

whocares (♡.191.♡.100) - 2023/09/07 01:10:28

어머, 말가죽인생님 댓글 처음 봐요.
글만 쓰시고 댓글 안 다시는 분이셨는데, 좋으네요.
아버님이 좀 괜찮아지셨다니 다행이네요.
너무 마음에 부담을 가지지 마세요,
다들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산답니다.
해외에 사는 우리는 말가죽인생님처럼 옆에서 직접
효도를 못해드린거에 대해서 마음이 무겁고 그래요.
그러니 화이팅!

스노우캔들 (♡.154.♡.86) - 2023/09/04 10:23:42

아래위로 달린게 많아서 지금이 한창 가장으로서 압력이 큰 시기인것 같아요. 나중에 딸님 대학보내고 나면 여유로운 일상을 보내실겁니다. 이글을 보면서 한국동요 '아빠 힘내세요'가 떠올랐어요 ㅎㅎ 말가죽님은 멋진 가장인것 같아요.

말가죽인생 (♡.48.♡.242) - 2023/09/06 15:51:27

포인트선물 감사합니다.힘내고 있는중입니다. 어릴때에는 자식들이 그 아빠 힘내세요 노래도 잘 불러줬는데...
요즘에 노래를 듣기는커녕 집 들어와도 그냥 숙제하느라고 건성으로 아빠 왔어요?요렇게 앉은자리에서 인사해요.

로즈박 (♡.39.♡.172) - 2023/09/04 20:29:06

웬지 제 마음이 더 서글퍼지네요..위로는 부모님 계시고 밑으로는 자식들 공부시키고..그럼 님 인생은 어디에 잇나요?
빵꾸난 속옷은 버리세요..그거 하나 버린다고 하늘이 두쪽나지는 않아요..속설에 빵꾸난거 입음 복 나간대요..
비싼거 아니여도 깔끔하게 하고 다니면 오히려 더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몰라요..
암튼 지금이 제일 힘든 시기인거 같애요..언젠가 웃으면서 지금을 떠올때가 잇을거예요..
힘내세요~~¡¡

말가죽인생 (♡.48.♡.242) - 2023/09/06 15:53:20

포인트선물 감사합니다. 쨍 하고 해뜰날 오겠죠...ㅋㅋㅋ 빵꾸난거 더 있나 찾아보고 다 버려야겠어요.
매짠 한국속벌 둬견지 새로 사야겠네요. ㅋㅋㅋ

whocares (♡.191.♡.100) - 2023/09/07 01:11:53

맞아요, 버리세요! 그 무거웠던 마음과 함께 ㅋㅋ
매짠걸로 사입으시고 또 힘내세요!

danbi28 (♡.208.♡.31) - 2023/09/05 10:03:53

点赞

말가죽인생 (♡.48.♡.242) - 2023/09/06 15:53:43

땐짠 감사합니다.

진달래8 (♡.121.♡.216) - 2023/09/05 10:36:10

본인의 위치에서 책임감과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기좋네요.
아빠를 저세상으로 보내면서 제가 아는 우리 아빠의 인생엔 우리 아빠 본인은 정작 없었다는것이 가장 슬펐어요.
尊老爱幼 너무 좋은데 그래도 가끔은 본인을 돌볼줄 아셨으면 하는 한 딸의 바램을 남기고 갑니다.

말가죽인생 (♡.48.♡.242) - 2023/09/06 15:56:31

최선을 다한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해야 할게 더 많네요. 아빠들은 묵묵히 자신을 희생하는것으로 자식들에게
사랑을 주시는거 같네요. 오래동안 내 자신을 위해 돈 쓰게 잘 안되고 가족 함께 돈 쓰면서 기쁨 나누는게 더
큰 기쁨이 된거 같습니다. 나 자신을 즐겁게 할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을 많이 생각해볼게요. 선물 감사합니다.

whswhs (♡.186.♡.67) - 2023/09/12 08:12:09

가슴찡한 가장의 무거운맘 잘 알 수 있네요~~ 힘내세요~!

뉘썬2뉘썬2 (♡.169.♡.51) - 2023/09/16 02:52:49

내속옷도 빵꾸낫어요.세탁기에
너무돌려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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