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마켓

외할머니 ---15

내고향제일 | 2021.05.03 05:45:07 댓글: 1 조회: 172 추천: 4
분류수필·산문 https://file.moyiza.kr/mywriting/4252174

동북의 8월은 립추가 지나서인지 저녁이되니 꽤 싸늘하다. 근데 외할머니는 덥다고 창문을 열어라한다. 선풍기도 돌리라한다. 외할머니가 덥다하니 불을 때지 않아서 온돌도 냉기로 감돈다. 여지껏 외할머니 혼자 살다가 불시에 이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들이닥치니 이불도 베개도 변변치않다. 옷장에서 두꺼운옷이랑 낡은 카텐이랑 찾아서 베고 깔았다.

나는 외할머니옆에 눕었다. 외할머니의 거칠고 검실검실한 손을 살살 쓰다듬었다. 외할머니는 젊었을때 일에서는 한사람이 두셋을 담당했다. 그래서인지 외할머니는 체대에 비해 손이 큰편이다. 손가락은 마른 나무가치처럼 말랐고 거칠다. 외할머니의 오른쪽 엄지손가락과 식지손가락은 반창고로 감겨져있었다. 하얀 반창고가 거멋게 된걸 보니 감은지 오래된것 같다. 뼈마디도 변형이 되여있다. 뼈가 곧지 못하고 엄지손가락은 오른쪽으로 식지손가락은 왼쪽으로 40도각으로 휘여져있다. 사고? 아님 무슨일이 있었을가? 생각해보니 오래전부터 휘여진것같은데 그 이유를 물은적이 없다. 다른 손가락끝도 갈라터져있다. 외할머니는 이 몇년간 손끝과 발뒤꿈치가 갈라터져 많은 고생을했다. 조개고약을 끊지않았지만 별 효과가없다. 손톱에도 갈라터진곳에도 손금에도 기름때가 스며들었는지 검다. 풍상고초를 겪은 손이다. 나는 불시에 외할머니에 대해서 아는것이 아주 적다는걸 느꼈다. 외할머니가 전에 말씀했듯이 내일을 니가 뭐 아니? 얼마나 아니? ” 그때는 모르는게 없는것처럼 느꼇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그러하다. 비록 내가 외할머니와 한마을에서 20년간 살았다하지만 어릴때는 멋모르며 자랐고 셈이 들가하니 외지에서 학교다녔고 나중에 타향에서 일하며 결혼하여 기껏해야 일이년에 한번정도 고향에 갔었다. 그러고보면 진정 외할머니의 인생에 참여한 시간이 외할머니의 전체인생의 십분에 일도 안된다. 내가 외할머니에 대해서 뭐 아는게 있는가? 외할머니 인생의 절반밖에 못살고 같이 겪은일도 적은 주제에 내가 큰소리로 외할머니한테 도리를 따지며 교육하려던 나날들을 생각하니 너무나 당황스럽다. 내가 무슨 정신으로 그랬을가? 내가 그럴자격이 있는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나의 외할머니이고 나를 사랑했으니 내가 눈을 부릅뜨고 뭐 아는체하며 큰소리칠때도 서로의 관점에 분쟁이 있을때 외할머니를 교육하려할때도 어르신님앞에서 목에 피대를 세우며 함부로 무례함을 휘둘러대며 쟁론했어도 인츰 쉽게 그 일을 잊고 나를 용서해줬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그것을 깨우쳐 어떻게 하랴. 내가 이제 외할머니앞에 무릅을 꿁고 가슴을 쥐여뜯으며 눈물로 참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나는 할머니의 손을 나의 입술에 가져다댔다. 눈을 감고 외할머니의 손을 만지며 적어도 이 감각이나마 머리속에 영원히 새겨넣으려고 애썻다. 이 마른 나무껍질처럼 터실터실한 감각도, 이 변형된 손가락도 이 따뜻한 체온도 ….내가 죽을때까지 외할머니가 생각날때마다 이 감각을 되새겨보고싶었다.

외할머니는 기본상 눈을 감고 있다. 뭔가 말하는것 같아서 귀를 귀울여도 목소리도 작고 입안에서만 중얼거려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아들을수없다. 무슨 말을 하는것 같으면 이모나 외숙모가 다가가 묻는다 돌아눕겠습니까, 찬물로 몸을 딱으랍니까보통 이 두가지이다. 머리를 흔들면 아니라는 뜻이고 고개를 끄떡이면 그렇게 하면 된다. 외할머니는 엉덩이 좌우측이 퍼렇게 멍들었다. 뼈밖에 안남아 배겨서 반듯이 누울수 없다. 옹송그리고 있는 몸은 맥없이 축 처져 바위돌마냥 우리의 마음을 지지누른다.

갓 태여안 아기처럼 모든것이 옆사람의 방조가 필요하다. 갓 태여난 아기는 세상물정을 모르니깐 밤이던 낮이던 자신이 불편하면 울고불며 야단쳐도 아무부담이 없지만 정신은 빤한데 자기몸을 어쩌지못하는 사람은 프라이벗도 없이 모든것을 남한테 맡기고 마음이 오죽하랴 세상에 태여나면 기저귀끼고 저세상으로 갈때면 또 기저귀껴야 한다.

외할머니는 물도 삼킬수 없어 닝겔로 겨우 생명을 유지하지만 산사람은 살아야하니 하루 삼식을 먹어야한다. 생사를 다투는 친인을 옆에 두고 자기는 살겠다고 하루 삼시를 기름냄새 피우며 씻고 썰고 볶고 지지고하는 우리의 마음도 착잡하다. 먹어도 속이 내려가지 않지만 그렇다고 산사람이 먹지 않을수도 없다.

아직 저녁 여덥시도 안됐는데 어두컴컴한 마을은 인기척을 들을수 없다. 개짓는 소리마저 들리지않는다. 이 조용함에 어쩐지 마음이 가라앉으며 질식할것같다. 주위에 무형의 장막이 내려와 이 작은 마을을 세상과 차단시킨것 같다. 내가 태여나 이십년간 살아온 고향이지만 이런 환경이 낯설다. 어제 이 시각 나는 우리집옆 대형마트에 있었다. 슈퍼마당에는 광장무를 추고있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틀어놓은 스프카로 소란스러웠고 슈퍼안에는 쇼핑하는 사람들에 붐볐다. 이 시간이면 심천은 거리에 음식점에 사람들이 벅적거리고 네온싸인에 반짝이는 야생활夜生活)이 시작될무렵이였다. 모두들 하루일을 끝마치고 거뿐한 기분으로 가족과 혹은 친구와 미식(美食)과 미주(美酒)로 자신을 위로할 시간이였다. 어제와 오늘의 환경차이가 너무 커서 몸도 마음도 일시 적응이 되지 않는다.

추천 (4) 선물 (0명)
IP: ♡.136.♡.205
효담은 (♡.223.♡.12) - 2021/05/03 15:27:36

눈감고 외할머니 손 만지며 기억하려는 마음, 어떤 마음인지 알것 같네요.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너무나 그립고 보고싶네요.
살아계실때 잘해드릴걸.

22,597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보라
2006-08-09
33
47750
내고향제일
2021-05-07
1
83
yina1004
2021-05-04
2
216
내고향제일
2021-05-03
4
172
내고향제일
2021-04-27
2
278
yina1004
2021-04-26
2
484
내고향제일
2021-04-26
3
247
호수
2021-04-25
2
418
호수
2021-04-23
2
358
호수
2021-04-22
2
296
호수
2021-04-21
2
262
호수
2021-04-20
2
351
yina1004
2021-04-19
5
507
호수
2021-04-19
2
305
yina1004
2021-04-17
2
444
호수
2021-04-16
2
340
호수
2021-04-15
3
397
yina1004
2021-04-15
3
504
yina1004
2021-04-14
1
354
호수
2021-04-14
2
303
yina1004
2021-04-13
2
424
호수
2021-04-13
2
347
yina1004
2021-04-12
2
434
호수
2021-04-12
4
602
김택312
2021-04-11
1
464
yina1004
2021-04-11
3
438
yina1004
2021-04-10
3
379
yina1004
2021-04-08
3
477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