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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친의 고백 - 2

yina1004 | 2021.05.04 19:01:44 댓글: 0 조회: 171 추천: 2
분류연재 https://file.moyiza.kr/mywriting/4252683
02화

“이지은 선생님 강의 들어보니 어때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원장님이 공원 안 벤치에 앉으며 묻는다.

“네에, 강의 잘 하시네요. 제가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서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아요.”

나는 최대한 원장님과 거리를 두고 벤치 끝에 엉덩이만 살짝 걸치고 앉았다.

일이 왜 이렇게 꼬였는지...




오늘 오후 조금 이른 시간에 학원으로 갔다.

선생님들을 소개 받고, 영어선생님인 엘리자베스선생님과 죠이선생님과 앞으로 함께 출퇴근을 하게 된다고 한다. 셋이 집이 가깝기도 하고 학원 위치가 교통이 불편하여 버스 타기도 애매하다고 한다. 택시정류장에서 만나 같이 택시를 타고 학원으로 오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같은 방향의 수강생 차를 얻어 타고 간다고 한다. 영어도 못하는데 영어쌤들이랑 같이 다닐 일을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다. 이참에 영어공부를 해야 하나 싶다.

첫 날이라 이지은 선생님 강의 청강하러 들어갔다. 30대 초반쯤 되어보이는 여자분이었다. 이 선생님도 중국분인데 지금은 결혼하고 귀화를 하였다고 한다.

내가 청강하러 들어와서 부담스러운지 수업을 한다고 하기보다는 수강생들한테 질문을 많이 했다. 프리토킹 수업인 줄.

아직 강의 경험이 적긴 하지만 내가 봐도 나를 의식하고 설렁설렁 하는 수업이다. 중국어 초짜 강사 앞에서 저렇게 영업비밀(?)을 지키고 싶을 가 하는 생각에 그 분이 도리여 안스러워 보였다.

2교시 수업은 쪽지시험이라고 한다. 대놓고 청강을 하지 말라는 무언의 메시지다. 음...

씁씁하게 나의 강의실로 돌아왔다. 낮에 받은 교재를 보며 수업계획안을 작성해 보았다. 왠지 오기가 생겼다.

그렇게 청통보안(?)을 해도 난 내 방식으로 꼭 인정받는 중국어 강사가 될거야. 지금까지 학교 다니면서 들은 수업이 얼만데, 수강생들 입장에서 이해하기 쉬운 수업으로 접근을 하면 되지, 경험이 많다고 다 좋은 강사는 아니지 않나, 잘하면 얼마나 잘한다고 저렇게 철통보안인지, 참!



혼자 모노드라마를 찍고 있는데 누군가 똑똑 노크를 했다.

원장님이었다.

“유선생님!”

“네, 원장님”

“2교시는 쪽지시험이라면서요, 뭐하고 있어요?”

입구에 어정쩡하게 서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의계획서 작성 중이에요.”

“그럼 저랑 나갈 가요?”

“어디를...”

원장님과 둘만 있는 공간은 싫었다. 말 할 수 없는 이 쎄한 느낌은 육감이라고 해야 하나. 경계심을 불러오는 인물이다.

“할 이야기도 있고, 집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정중하게 말한다.
난 왜 정중해 보이려고 애쓰는 사람으로 보이는지...

“엘리자베스선생님과 죠이선생님랑 함께 가기로 약속을 해서요...”

일부러 말끝을 흐렸다.
반갑지 않은 호의에 대한 완곡한 거절이다.

“문자 넣어 놓으세요. 할 이야기가 있어요.”

원장님은 갑, 오늘 출근한 일개 강사는 을,
원장님의 초청으로 이 나라, 이 학원에서 강의를 하게 된 나는 더욱 발언권이 없다.

“네에, 알겠습니다.”

싫어도 싫다고 말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젠장!

그렇게 원장님과 함께 이 공원에 왔다. 저녁 7시가 넘은 시간에.

“강의 잘 준비해 주세요. 유선생님이 우리 와이프 원픽이에요.”

“...?”

“자기소개 동영상 찍은 거 기억하죠? 그 때 선생님이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한 마디에 우리 와이프가 뻑! 갔죠.”


생각났다.
면접을 본다고 대련에 있는 중개업체까지 10시간 넘게 기차를 타고 갔었다. 그리고 자기소개 동영상을 촬영했다.



“... ... 저는 대학교 3학년 때 교환학생으로 한국에서 1년간 공부를 했었어요. 1년 365일, 4계절도 한 번뿐인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하여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려고 노력했어요. 그때 많은 걸 배우고 느꼈었죠.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다는 것을요. 한 번 해볼 가 하는 마음으로 도전을 하면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알아가는 시간이 되죠. 잘 해내면 자신감이 생기고, 잘 못해내더라도 경험으로 남아 의미있는 일이 되죠. 앞으로 저는 많은 새로운 일에 도전을 해보려고 해요. 전 제 가능성을 믿거든요.”



그때는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자신감이 넘쳤던지, 자신감은 정말 세계 갑이었다.

“근데 내 생각은 좀 달랐어요. 나는 김미화라는 선생님이 좋았어요. 잘 웃고, 귀엽고, 애교도 많아보였어요.”

이름까지 기억하는 것으로 보아 아주 마음에 들었나 보다.
아쉬움이 절절하여 내가 그 만남을 방해 한 나쁜 년처럼 느껴졌다.
잘 웃고, 귀엽고, 애교도 많고...
나와은 거리가 먼 단어들이다.
내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야기를 이렇게 빙빙 돌려서 하고 있나보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듣고만 있었다.
원장님은 담배를 꺼내서 불을 붙였다.
내가 별로라는 이야기를 에둘러 했으니 담배쯤이야 물어보지 않고 피워도 되는 상대가 되었나 보다. 아까 그 가식적인 정중함은 흔적도 없이 증발해 버렸네.

“계약기간 동안은 잘 해 주시기 바래요.”

담배연기를 내 뿜으며 말한다.
내 뿜은 담배연기가 위로 올라가 눈이 매운지 한 쪽 눈을 찡그린다.

와이프의 원픽으로 뽑은, 원장님은 마음에도 안 드는 선생님인지라 자기한테 잘하라는 소리인가? 계약기간을 말하는 거로 보아 잘 하지 않으면 계약기간 전에 계약해지라도 하겠다는 건가? 근데 와이프 원픽이 결정된 걸 보면 이 집 실세가 와이프라는 말인데 너무 쫄 필요가 없나?

중국어선생님을 챙용하려고 했는지, 자기 입맛에 맞는 젊은 여자를 채용하고 싶었던 건지 심히 의심스럽다.

나도 한국에 연고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집은 어때요?”

집?
학원에서 찾아 준 집이라 주소도 알고 있겠네. 여러가지로 찝찝한 상황이다.

“... 좋아요.”

“오피스텔은 엘리자베스 선생님이 있기로 했는데 바퀴벌레가 있다고 기겁을 하여 집을 바꿨어요. 원래 유선생님이 살기로 한 원룸으로. 미국에는 바퀴벌레가 한국보다 더 크다고 하던데 뭔 호들갑인지... 걱정하지 마요. 업체 불러서 다시 청소했어요. 선생님은 참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내가 왜 그 좋은 오피스텔에 지내게 되었는지. 중국어 선생님한테 베풀기에는 과한 복지 같았다.

결국은 엘레자베스 선생님 대타로 지낸다는 말이잖아?
원래대로라면 영어쌤은 오피스텔, 중국어쌤은 원룸, 이게 내 위치겠지?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하지만 직접 마주하니 속에서 무언가 자꾸 끓어오른다.

“... 운도 실력이라고 하니까... 실력을 보여주면 되겠네요.”

나는 해맑게 웃어보였다.
강의경험도 별로 없는 초짜 중국어 강사의 오기.
실력은 무슨! 보여줄 실력도 없으면서 말만 앞선다.



Rrrrrrr

원장님의 전화가 울렸다.

-응,여보~

나를 원픽했다고 한 나의 구세주인가 보다.

-유선생님이랑 이야기 하고 있어.

이 자리가 불편했던 차에 원장님 눈치를 피해 광이한테 문자를 보냈다. 단이는 수업 중이라 어차피 문자를 못 볼 것 같았다.

[5분 후에 전화 줘]

-여기? 전망대공원.

-... ...

-그 쪽 학원은 왜?

원장님은 내 눈치를 보더니 일어서서 자리를 옮기며 전화를 받았다.

-금방 들어갈거야.

원장님은 통화를 마치고 다시 벤치로 돌아왔다. 아까보다 가까운 거리에 앉아서 팔을 벤치 등받이에 둘렀다.

멀리에서 보면 내 어깨에 손을 두른 듯한 착시 현상을 주기에 충분히 오해를 할 만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나는 조금 더 앞으로 엉덩이를 뺏다.

“급한 일 있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요. 시간도 이른데...”

급한 일이 있다고 얼능 집에 가야 한다고 말하기를 바랬건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래서 말인데요, 유선생님 앞으로...”

Rrrrrrr

광이 전화.

“원장님,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받으세요.”

-응, 자기야~

-... ...

광이가 놀랐는지 말이 없다.

-오늘도 야근이라고? 밥은 먹었어?

-... ...

얘가 왜 말이 없어? 뭐라고 말을 좀 하라고!
나는 남자목소리를 들려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나? 지금 원장님이랑 잠깐 이야기 하는 중이야.

알아 들었으면 반응을 좀 보여줘.

-뭐하냐?

이 시큰둥한 반응은?
그래! 네 마음 이해해!
갑자기 자기라고 해서 많이 놀랐지?
내가 미안하다!

-하하하... 학원부근에 있는 공원이야~

억지웃음.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고 혼자 진땀을 빼고 있었다.

-장단 맞춰줘야 해?

그래그래. 알아 먹었으면 목소리 크게, 길게 말 좀 해보렴!

-늦기는 무슨! 아직 8시도 안 됐어.

-써니야! 내가 널 많이 아끼는 거 알지? 친구로서 격하게 아낀다!

-나 오래 통화 못 해!

광이 목소리가 들렸는지 원장님은 내 등 뒤, 벤치에 걸쳤던 팔을 내린다. 먹혔나?

-주말에 보자.

-그래, 수고하고~

우여곡절 끝에 통화를 마쳤다.




“남자친구에요?”

“아! 네에~”

난 괜히 부끄러운 듯 웃으며 사랑에 빠진 여자 흉내를 냈다. 광이가 봤으면 지랄한다고 한 마디 했을 거다.

“남자친구가 한국에 있어요?”

“네에, 분당에서 직장 다니고 있어요.”

“의외네요. 유선생님은 여러가지로 사람을 놀래키네요.”

“유학 왔을 때 알게 된 친구에요. 사귄지는 1년 정도 되었어요.”

일부러 구체적인 시간까지 말해 주었다. 가벼운 사이가 아님을 말해주고 싶었다.

나를 지키기 위하여 친구를 이용하다니, 광이한테 많이 미안했다. 좀 있다 제대로 사과할게!

“앞으로 강의 신경 써 주세요. 오늘은 늦었으니 이만 들어가 봐요.”

“네에, 원장님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집까지 데려다 줄게요.”

“저는 입구에서 택시 타고 갈게요.”

“그래요 그럼!”

“들어가세요~”



멀어지는 원장님 차를 보며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불편한 자리, 불편한 눈빛.
내 몸을 위 아래로 훑던 눈빛은 몸에 벌레가 지나가듯 소름이 돋았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물이다.

앞으로 6개월을 잘 벋혀야 강사비자를 취업비자로 바꿀 수 있다. 취업비자로 바꾸면 난 다른 곳으로 이직을 해도 된다. 좀 더 자유롭게 취직을 할 수 있고 자유결정권이 생기게 된다. 6개월만 무탈하게 잘 보낼 수 있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바다.



광이!
많이 당황했을 친구한테 얼능 전화를 해야지!
연결음이 한 번 울리고 바로 받는다.

-광이야~

-응, 자기에서 광이로 바뀌었네.

비꼬는 말투!

-아까는 미안했어!

-난 자기도 듣기 좋았어, ㅋㅋㅋ

-나중에 여친한테 많이 불러달라고 해! 오늘 잠깐 호칭 빌려줘서 고마웠어~

-무슨 일 있었어?

나는 자초지종을 말해 주었다.

-그 인간 뭐하자는 거야?

-너랑 통화해서 잘 해결된 것 같애. 앞으로는 이런 자리 없을 거야.

-어떻게 장담 해? 집도 학원에서 잡은 거라며?

-뭔 일이야 있겠어? 그래도 직원이라면 직원인데...

-문단속 잘 해!

-너 이러니까 꼭 내 보호자 같다. 든든한 친구 있으니까 좋네~

-여기 있는 동안은 내가 네 보호자 할게~

-아이고~ 됐네요! 오늘 자기라고 부를 수 있게 해 준 것만으로 고맙네요~

이건 진심이다.

-또 그런 일 있으면 연락해. 친구 좋다는 게 뭐야, 이럴 때 서로 도와야지.

-그래그래, 너도 이 누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누나는 무슨! 내가 오빠라고! 생일이 늦어서 호적상 너랑 동갑이라고 몇 번을 말해!

광이는 생일이 12월이라 나이를 한 살 내려 호적에 올렸다고 한다. 예전에는 생년월일 위조가 가능했나 보다.

-우리 주말에 볼 가?

주말에 단이 만난다고 했는데 광이도 보자고 한다. 그럼 셋이 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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